[단독]‘진학률 따라 강남간다?’ 고교선택제 ‘양극화’ 심해질 듯

[단독]‘진학률 따라 강남간다?’ 고교선택제 ‘양극화’ 심해질 듯

기사승인 2009-08-26 18:01:02

[쿠키 사회] 고교선택제 도입에 따른 서울 지역 학생들의 ‘강남 쏠림’ 현상이 본보와 하늘교육의 설문조사 결과 확인됨에 따라 고교 입시가 거듭될수록 ‘고교 양극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반계고의 3배에 달하는 학비를 부담하고서라도 자율형 사립고에 진학하겠다는 중학생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자율고 전환을 희망하는 사립고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의 힘…“명문대 진학률 보고 학교 선택”=설문 결과에 따르면 서울고(1위·서초구)를 비롯해 경기고(3위·강남구), 세화여고(7위·서초구), 서문여고(8위·서초구), 상문고(10위·서초구) 등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고교가 상위 10개 학교의 절반을 차지했다. 신흥 ‘사교육 특구’로 꼽히는 목동이 속해 있는 양천구 소재 학교들의 인기도 상당했다. 양정고(2위)를 비롯해 진명여고, 신목고, 강서고 등이 나란히 4∼6위를 차지했다. 반면 서울 지역 25개구 중 17개구는 단 하나의 고교도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학교를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명문대 진학실적’이란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다. ‘통학거리’를 꼽은 학생은 15.7%에 불과했고 ‘학교의 전통’이라고 답한 학생은 2.3%에 그쳤다. 실제로 하늘교육이 서울시 일반계고 156곳을 대상으로 2009학년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합격자 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설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학교 대부분이 지난해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이들 대학에 합격시킨 고교별 학생 수는 서울고의 경우 50명, 양정고는 84명, 경기고 104명, 신목고 54명, 강서고 76명, 세화여고 64명, 서문여고 55명 등이다.

대학 진학률을 비롯해 학생과 교원, 교육시설 현황, 학교폭력 발생 현황 등 개별 학교의 소상한 정보를 알 수 있는 학교알리미가 일선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고교의 정보를 얻는 창구로는 ‘학교 알리미를 통해 얻겠다’는 응답(33.2%)이 ‘선생님에게 여쭤본다’(24.7%), ‘각 고교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본다’(21.1%) 등을 앞질렀다.

◇‘자율고 신드롬’ 예고…이유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원의사를 밝힌 자율고가 고입 지형에 일으킬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자율고의 인기는 무엇보다 외국어고 입시가 올해부터 내신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 점에서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 외고 입시에서는 구술면접이 폐지되고 영어 듣기평가의 난도가 중학교 교과과정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내신 비중이 커졌다. 즉 예전처럼 영어 듣기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거둬 내신의 불리함을 만회하는 일이 어렵게 됐기에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한 수험생 상당수가 자율고를 염두에 두게 됐다는 것이다. 자율고는 내신이 상위 50% 이상만 되면 추첨을 통해 입학이 가능하다.

또 외고에 진학해 대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제2외국어 등을 의무적으로 배우기보다는 국·영·수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율고에 진학하는 것이 낫다는 학생들의 전략적 판단이 이같은 결과를 낳게 된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자율고에 지원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일반계고보다 3배 정도 비싼 학비가 부담 된다’는 응답(30.0%)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계고와 교육과정 등에 있어 크게 다를 점이 없다’(21.0%), ‘성적이 안된다’(14.7%)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매달 사교육비 50만원 이상”=고교 입시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을 묻는 질문엔 ‘학원 수업’(62.8%)을 꼽은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매달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5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67.0%로 가장 많았고 ‘40만∼50만원’이라는 대답도 22.8%에 달했다.

대학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인식 정도는 낮았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9.5%에 그친 반면 ‘거의 모른다’는 응답은 55.8%에 달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중학생들(54.9%)은 훗날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두고 각종 경시대회 수상이나 봉사활동 경력, 자격증 취득 등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박지훈 기자
jhk@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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