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우리나라와 캐나다간 쇠고기 수입 분쟁 조정을 위한 패널을 설치했다. 캐나다가 자국 쇠고기에 걸린 빗장을 풀지 않는 우리 정부에 항의해 WTO에 제소한 지 140여일 만이다. 캐나다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 등을 두고 국제통상무대에서 한판 승부가 시작됐지만 논리 대결이 아닌 시간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WTO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는 3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캐나다 쇠고기 수입 분쟁과 관련 양자간 패널 설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에서 양측은 BSE(소해면상뇌증·속칭 광우병) 추가 발병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캐나다는 2007년 5월 미국과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BSE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같은 위험 통제국인 미국산 수입이 재개된 마당에 캐나다산만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 5월15일 캐나다 알버타주 농장에서 BSE에 걸린 소가 발생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부정적인 인식을 감안해서라도 안전성이 철저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소의 나이가 80개월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물성 사료 제한조치 이전의 사례”라는 캐나다측의 주장에 밀리고 있다.
BSE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한 캐나다가 2003년 5월 이후 막힌 수출길을 뚫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비해 이를 막을 명분이나 논리는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 개방카드를 통한 합의 대신 WTO 분쟁해결절차를 받아들인 우리 정부도 결국 시간벌기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강대 왕상한 교수는 “정부가 유통업 개방 등 싸워야 할 싸움은 안 싸우고, 승산없는 싸움에 나서는 격”이라며 “1년반 이상 걸리는 절차를 통해 ‘졌다’라는 명분으로 문을 열면 비난의 화살은 WTO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면 참으로 안이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분쟁 당사국인 우리나라와 캐나다, 그리고 제3국이 참가하는 패널이 구성되면 앞으로 최장 9개월간 조사작업을 거쳐 패널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 보고서에는 양측의 주장근거를 바탕으로 협정 위반에 대한 판단과 중재 권고가 담긴다. 사실상 승부가 갈리는 셈이지만 DSB 권고 자체로는 강제력이 없어 불복한 당사자가 WTO에 상소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WTO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는 3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캐나다 쇠고기 수입 분쟁과 관련 양자간 패널 설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에서 양측은 BSE(소해면상뇌증·속칭 광우병) 추가 발병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캐나다는 2007년 5월 미국과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BSE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같은 위험 통제국인 미국산 수입이 재개된 마당에 캐나다산만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 5월15일 캐나다 알버타주 농장에서 BSE에 걸린 소가 발생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부정적인 인식을 감안해서라도 안전성이 철저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소의 나이가 80개월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물성 사료 제한조치 이전의 사례”라는 캐나다측의 주장에 밀리고 있다.
BSE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한 캐나다가 2003년 5월 이후 막힌 수출길을 뚫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비해 이를 막을 명분이나 논리는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 개방카드를 통한 합의 대신 WTO 분쟁해결절차를 받아들인 우리 정부도 결국 시간벌기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강대 왕상한 교수는 “정부가 유통업 개방 등 싸워야 할 싸움은 안 싸우고, 승산없는 싸움에 나서는 격”이라며 “1년반 이상 걸리는 절차를 통해 ‘졌다’라는 명분으로 문을 열면 비난의 화살은 WTO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면 참으로 안이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분쟁 당사국인 우리나라와 캐나다, 그리고 제3국이 참가하는 패널이 구성되면 앞으로 최장 9개월간 조사작업을 거쳐 패널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 보고서에는 양측의 주장근거를 바탕으로 협정 위반에 대한 판단과 중재 권고가 담긴다. 사실상 승부가 갈리는 셈이지만 DSB 권고 자체로는 강제력이 없어 불복한 당사자가 WTO에 상소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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