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현찰 대신 금, 자원 매입 나선 중국

달러 현찰 대신 금, 자원 매입 나선 중국

기사승인 2009-09-10 21: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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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중국이 보유 달러로 원자재와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여전히 굴뚝산업 위주인 산업구조상 경기회복 이후의 기초금속 등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채비이지만 외환보유액 운용의 다각화를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달러를 현물로 바꾸는 것 자체가 달러 가치 하락을 예상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달러 정리' 나선 중국=중국의 달러 처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안산(鞍山)철강의 호주 철강업체 진달비메탈 인수에 이어 정유업체인 시노펙이 스위스 원유탐사업체 아닥스를 인수하는 등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에 달러화가 동원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 방침에서도 확인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1차 해외주재 외교사절 회의를 통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적극적인 M&A 지원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구리, 납 등 기초금속을 포함한 원자재시장이나 자원 기업 M&A는 물론 금시장에서도 중국은 큰손으로 통한다. 블룸버그가 9일(현지시간) 집계한 국제 금값은 온스당 992.30달러로 지난해 말(882.05달러)보다 무려 12.5%나 치솟았다. 시장에선 중국발 수요 급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분석부장은 10일 "중국은 올초부터 국가물자비축국(SRB)을 통해 자원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였다"며 "제조업 경기전망과 밀접히 관련돼 있지만 달러 가치에 따라 국부가 흔들리는 데 대한 불만도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앞에 작아지는 미국=중국이 달러를 풀어 현물을 사재고 있음에도 외견상 외환보유액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 외환보유액은 2조1316억달러다. 수치로는 지난해 말 1조9460억달러 이후 오히려 증가세다. 이유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집계 방식에 있다. 국내로 들여온 모든 외화를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외환집중제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회복을 노린 핫머니(투기성 자금)가 대거 들어왔지만 기존 정부 보유분과 구분되지 않는 데다 유로화 가치가 올라 달러 표시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최근 지난해 말보다 4.1% 수준까지 올랐다.

중국의 달러 정리에는 미국채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대미 영향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달러화의 안정성을 이유로 현금을 처분하면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세계 최대의 미국 채권 보유국인 중국으로선 중국의 국부가 미국 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구조가 불만일 수 밖에 없다"며 "자국 손실을 막기 위해 채권국으로서의 협상력을 키워 나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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