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선생님이 없었다면 국제대회 금메달은 못 땄을 겁니다.”
지난 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막을 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조적 부분 금메달을 차지한 이태진(18) 선수 뒤에는 1급 시각장애인 지도교사가 있었다. 벽돌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쌓아야 하는 조적을 지도하는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서울 한강로3가 용산공고 건축디자인과 구만호(47) 교사가 조적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04년. 조적을 가르치던 동료 교사가 병가를 내자 대신 학생들을 맡게되었다. 모르타르와 벽돌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뒤졌고, 주말이면 수상 경험이 있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실무를 익혔다.
구 교사는 ‘가장 먼저 불을 켜고 가장 늦게 집에 가는 기능반’을 표방하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노력한만큼 결실을 얻자는 다짐을 했지만 금메달의 꿈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7년 8월 망막 시세포가 퇴행해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이 악화되면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1㎜의 오차를 다루는 분야에서 시각장애 판정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구 교사는 좌절하지 않았다. 시력 보조용 장비를 노트북에 연결해 모니터의 글자를 주먹만하게 키워 글을 읽었다. 텍스트를 읽어주는 파일을 다운받아 듣고, 들은 내용은 모두 외워 학생들을 가르쳤다.
2008년 이 선수를 만나 전국대회를 준비하면서 한치의 허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재단, 벽돌마름질, 가공, 쌓기, 미장 등 작업요소를 세분화해 작업시간과 동선을 분석했다. 벽돌을 한 장 쌓는데 걸리는 시간을 체크하며 공정계획을 세웠고, 초 단위 이상의 오차를 해결하기 전엔 집에 가지 않았다. 작업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는 것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판단 하에 대회 2개월 전부터는 배변시간을 조절하는 훈련도 했다.
그해 가을 전국대회에서 이 선수는 보란듯이 금메달을 땄고, 이어 3차례 진행된 국제대회 파견선수 선발전에서 모두 1등을 차지하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선수로 선발됐다.
마침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이 선수와 구 교사는 한참을 껴안고 눈물을 훔쳤다. 이 선수는 “선생님이 없었으면 제가 메달을 딸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구 교사는 “이군의 성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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