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대기업과 은행들의 기부금으로 자산 2조원대 서민은행이 탄생한다. 연말까지 은행 휴면예금 등 3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을 채울 계획이다. 2조원이면 20만∼25만 저소득 가구가 최장 5년간 창업·운영자금으로 평균 1000만원씩 보증없이 빌려 쓸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기업이 최하위에 있는 소상인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제도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2월부터 소액대출 시작=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청진동 소액서민금융재단에서 열린 제31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마이크로 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확대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휴면예금을 활용해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소액서민금융재단을 '미소(美少)금융중앙재단'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여기서 미소금융이란 아름다운 소액대출의 준말이다. 현재 서울 등 대도시에만 편중된 취급기관도 은행 영업망처럼 전국 200∼300곳으로 넓힐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저소득자에게 창업자금 등을 무담보로 빌려주겠다는 것"이라며 "대출금액은 지원 내용에 따라 500만원에서 1억원 이내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금리는 시장금리보다 2∼3%포인트 낮아 연간 5% 수준이고, 1년 거치로 최장 5년 이내에 나눠 갚아 나가면 된다.
금융위는 미소금융지점 운영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통시장 상가나 마을회관은 물론 기업과 은행의 여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지점별 근무자도 금융회사 퇴직자 등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서민대책용 은행' 기대반 우려반=미소금융재단은 제도적 틀만 정부가 만들 뿐 운영이나 재원 마련은 '자발적'이다. 이 대통령도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민간이 하는 것"이라며 "다만 전체가 균형되게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미소금융재단은 정부의 기획에 따라 10년 후 영업점 200∼300여곳을 보유한 은행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마을은행)와 다른 성장 방식이다. 쌈지 돈이 없어 일을 시작도 못하는 시골 아낙네와 농부 등 빈민층을 돕기 위해 시작한 배경은 비슷하지만 우리 것은 정부의 필요에 의해 대기업과 영세상인간 다리를 놓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급속도의 몸집 불리기로 자생적으로 성장한 그라민뱅크와 달리 연체율 관리에 실패할 수도 있다.
미소금융재단으로 기부금이 집결되고, 배분될 경우 그동안 자리잡기를 시도했던 민간단체의 토양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연대은행 박상금 사업개발본부장은 "소액 서민대출을 하청받는 방식으로 정부사업을 대행해 주다가 정부 방침이나 정책적인 변화가 있으면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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