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이후 친서민 행보와 함께 대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계속해왔고, 대기업들이 재원을 부담하는 ‘실질적인 책임’까지 지우는 단계로까지 나아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을 압박한다’는 논란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두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대기업들이 그동안 혜택을 봤고, 아직 여유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부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응해 무리할 정도의 재정정책을 구사했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서민들보다는 형편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세금 감면, 환율상승효과, 규제완화 등의 혜택이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보수파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제2롯데월드 건설 등도 허가했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금융위기 때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득을 보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좀 역할을 해야 할 때이고,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부 독점적 대기업들은 어렵다고 하지만 다 비상주머니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일 남대문시장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무원들은 대기업의 보고서를 너무 믿지 마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이 그럴듯하게 보고서를 작성하고 앓는 소리를 하지만 기업체를 운영해본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경제운용전략이다.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이지만, 정부 재정은 이제 여유가 없다. 내수경기진직과 실물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핵심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운용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민간기업 투자”라며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노선이 집권초 친기업노선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기업정책과 친서민정책은 병행되는 것”이라며 “다만 기업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고 세금감면 등을 지속해야 하지만, 정부 재정이 너무 부족해 딜레마”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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