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엔화’ 국내기업 웃고,일본펀드 투자자 울고

‘치솟는 엔화’ 국내기업 웃고,일본펀드 투자자 울고

기사승인 2009-09-29 17:52:01

[쿠키 경제] 심상치 않은 일본 엔화 강세에 국내 투자자들이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주요 경쟁대상인 일본 기업들을 상대해야 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은 ‘엔고(高)’ 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 형국이다. 반면, 일본 펀드 등 일본 관련 금융상품투자자들에겐 엔화 강세는 설상가상이다.

◇‘엔高’는 국내 증시 호재=29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는 89.66엔(오전8시10분기준)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88.33엔까지 내려가 지난 1월 23일(88.88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 90엔선이 무너지면서 일본 외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87엔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같은 엔화 강세 현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서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한 ‘엔 캐리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수익이 예상되는 다른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청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권을 잡은 일본 민주당이 수출보다 내수에 방점을 찍고 엔화 강세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엔고’에 불을 지핀 상태다.

국내 기업과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부담을 느끼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뜻하지 않았던 호재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기업들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경쟁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일본 엔화 강세로 일본 기업의 물건이 비싸진다면 경쟁상대인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교보증권 주상철 연구원은 “우리기업 수출 상품의 80∼90% 정도가 일본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엔고 현상은 국내 기업과 증시에 호재”라면서 “엔화 강세의 폭이 커서 최근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조금씩 환매 고려할 만=자연스레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일본 펀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지지부진한 일본 경기회복 속도에
엔화 강세까지 더해 일본 기업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은 더욱 낮아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펀드(공모형) 47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8일 현재 0.80%로 지역별 분류상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 펀드(88.49%)는 물론이고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45.49%) 수익률과 비교조차 안 된다. 투자자들은 결국 펀드 환매로 돌아서고 있다. 2년전 3조원이 넘었던 총 설정액은 지난 8월말 1조원 밑으로 내려앉았고 28일 현재 97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 전문가들은 일본 펀드 투자 종목이 도요타·혼다·니산자동차 등의 대형 수출주에 집중돼 있어 엔고 현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이병훈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일본 기업들은 엔고 압박과 내수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 펀드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조금씩 환매해 수익률이 좋은 다른 펀드들도 갈아타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김정현 기자
mymin@kmib.co.kr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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