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번역 정지민 “진중권 교수재계약 실패는 당연”

PD수첩 번역 정지민 “진중권 교수재계약 실패는 당연”

기사승인 2009-10-07 17:25:00

[쿠키 문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영어 번역과 감수를 맡았던 정지민(26) 씨가 ‘주-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시담·사진)를 출간했다.

이 책을 통해 정씨는 지난해
4월 PD수첩 제작진의 의뢰로 광우병 편 번역을 맡게 된 계기와 오역 논란 과정 등을 기록했다. PD수첩이 vCJD(인간 광우병)와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 등 핵심 내용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면서 광우병 위험을 부풀렸다는 그의 주장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는 이 책에 그 사실관계를 나름대로의 치밀한 논증으로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는 “나는 PD수첩의 내부 고발자가 아닌 피해자이다. 그들은 내가 제대로 감수까지 해 준 번역 내용을 자막을 이용해 변질시켰을 뿐 아니라, 번역한 내용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왜곡했기 때문이다”라며 “PD수첩의 경우는 그 어떤 공익적인 목적도, 결과도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특히 각 언론사 및 기자들에 대한 시각을 매우 솔직하고 때론 신랄하게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에 대해서는 조롱과 경멸 수준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해 논란도 예상된다. PD수첩 제작진이나 PD수첩을 옹호한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실명을 거론하며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 같은 기조는 책 전반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일부 발췌 내용.



“첫날부터 기자들과 전화, 이메일 등을 주고받고 한 이틀 정도 지나고 나서 거칠게 의사를 나누어 보았는데, 우익 언론은 일단 맨 초기만큼은 내가 주장하는 내용을 떠나서 큰 내부 고발처럼 그릴 것이 분명한 반면, 좌익 언론은 뭔가 이해관계나 개인적 원한으로 뛰쳐나온 경솔한 20대 여성 정도로 그릴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 상태에서 발전해 내 뜻을 잘 관철할 수 있는 내용을 쓰거나, 최소한 왜곡되거나 악의적인 내용은 보도하지 못하도록 설득과 견제를 해야 했다. 우선 이메일 또는 전화를 해 온 기자 하나하나에 관해 프로필을 만들었다. 목소리 톤과 말 속도, 용어 선택에서 드러나는 성격상의 특징들, 그중에서도 웃음 포인트와 자존심 포인트라는 특히 중요한 두 부분, 그리고 그들이 평소 쓴 기사들을 검색해서 문체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을 기록했고, 평소 읽지 않아 잘 모르던 각 신문의 논조도 파악했다. 우선 내게 우호적인 보수 언론에 대해 내 쪽에서는 그들이 차츰 나를 전적으로 믿고, 내가 말해 주는 대로 써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기자들 중 어떤 이들에게는 과감하게, 내게 설사 인간적인 호감이 생기지 않더라도 가장 적합한 기사 톤을 유지할 수 있게끔 행동했다. 자존심이 조금 자극될 때 더 고민하고 잘 쓰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예 PD수첩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입장인 신문사들의 경우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 경향신문의 ‘자그마한’ 오보와, 한겨레와 오마이 뉴스가 나를 취재할 목적도 없이 전화해서 자료는 갖고 있느냐, 검찰에 갈 거냐는 질문 등을 한 사실, 그리고 어느 날짜에 내가 검찰에 다녀왔다고 한겨레가 단정적으로 쓴 것에 대해서 카페에 글을 썼다. 한겨레와 오마이 뉴스는 분명히 취재 목적도 없이 내게 이상한 질문을 했었다.”

“나는 문화일보가 오후에 나오기 때문에 다른 일간지와 차별된 정보를 주지 않으면 특종을 잡기가 힘들다는 점에 착안했고, 아마도 일반적으로 보도하기 꺼려할 것 같다고 여겨지는 내용을 보내 주었다. 내가 문화일보에 보낸 것은 빈슨의 실제 사인이 위장우회시술에 따른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추정되며 이는 내가 본 취재 자료에서 빈슨 모친이 묘사하는 증상을 듣고, 그리고 관련 자료와 빈슨이 수술을 받은 병원과 의사의 정보를 찾으면서 내린 결론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보도 기회를 놓친 조선일보에서는 (PD수첩의) 해명 방송을 자신들과 함께 본 후 단독 인터뷰를 해 달라고 했다. TV도 없는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보겠다는 것을, 겨우 메신저로 대화를 하면서 함께 시청하는 편으로 결정지었다. 사실 내가 조선일보에 일부러 자료를 주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저 전화를 걸어온 기자들에게만 준 것이었기 때문에 조금 미안한 감도 있었다. 다른 것보다는 TV를 시청해야 하는 것이 조금 싫었을 뿐더러 시청할 방법도 몰라 막막했는데, 조선일보 기자가 내게 TV 시청이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내 주어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PD수첩의 해명 방송이 내게 대박이 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보고 난 후의 소감은 솔직히 ‘안 봤으면 큰 재미를 놓칠 뻔했다’는 것이었다.”

“진중권은, 비록 그때까지 내가 그의 말이나 글 내용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기본적인 논리력은 있으니까 유명인사겠거니 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털 기사 댓글란에서 진중권이 아침 일찍부터 PD수첩 게시판에 올렸다는 글을 누군가 옮겨온 것을 보았다. 스스로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하고 쓴 글 같아서 폭소했다.…CJD 부분 이외에도 그는 vCJD를 거론한 현지보도와 다우너 영상 등에 대해서도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이 OOO기자로 말할 것 같으면 해명방송 당일에 내게 네이버 쪽지를 보내와서 그 날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고 정중하게 물어왔었다. 나는 내가 오전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만 보도를 나가게 했기 때문에 어느 신문(조선일보)과만 단독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니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그는 분명히 쪽지로 ‘그럼 부득이 참아야겠네요’라고 말했다. 본인이 전화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그런데 본인이 걸지도 않겠다고 해놓고, 정황상 안 받을 이유가 훨씬 많은 심야시간에 건 후 새벽 4시에 기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그 점을 보아서는 앞에서 거론한 바보들 중 한 명일뿐이었고, 진중권은 그런 저급한 기자의 기사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한편으로 한겨레는 빈슨 모친이 vCJD를 여러 번 얘기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오전에 받은 쪽지와 마찬가지로 그것에 대한 내 소감은 ‘이거 뭐 바보도 아니고…’였고 따라서 읽어볼 필요도 없었다.”

“문화평론가를 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한 사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진중권보다 기본적 논리력이 뛰어날 것이라 본다. 물론 그래봤자 정상적인 수준, 즉 남에게 속거나 얼토당토않은 모순논리를 펴거나 하지 않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지만, 그들이 진중권만큼 말솜씨가 좋지 못해서 깜빡 넘어가는 것인 듯하다.”

“진중권은 2009년 여름에 결국 겸임교수직 재계약에 실패했다. 위에서 인용한 표현은 정부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 어느 정부에서 저런 수준의 발언을 갖고 외압을 행사하겠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무시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자격이 미달될 경우 자리가 박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학교 측에서 내세운 이유를 떠나서, 결과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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