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기독 사회단체 굿피플이 주최한 ‘다문화가정 한국역사문화 체험캠프’가 6∼8일 강원도 일대에서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캠프에 참가한 서울과 경기지역 거주 모범 다문화 가족 30가구는 3일간 정선과 강릉 정동진, 동해 해군 1함대 사령부, 영월 단종릉 등지를 돌아보며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던 한국의 다른 모습을 깨달았다. 3개월 된 신혼부부에서부터 아이를 4명이나 둔 ‘애국 부부’까지 90여명의 참가자들은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른 가정과 우의를 쌓는 기회도 가졌다. 이번 행사는 외환은행나눔재단과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했다.
지난 6일 하이원리조트에 도착한 다문화 가족들은 스키장 곤돌라를 타고 백운산 정상부터 올랐다. 때마침 내린 철 이른 눈으로 온통 하얗게 변한 세상을 보고 모두 환호성을 지르더니 이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뒤섞여 눈싸움을 하며 겨울 낭만을 만끽했다.
26세 베트남 출신 아내와 드넓은 백두대간 경치를 바라보던 이모(45)씨는 “나이차는 문화적 차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며 “지금은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려는 아내가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3년 전 결혼 당시보다 사회 분위기와 이웃들의 시선이 따뜻해졌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저녁식사 후 하이원리조트 연회장에서 열린 정선아리랑 배우기 시간에는 특유의 재미있는 가사를 읽고 따라하더니 어느새 온 가족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베트남 출신 아내를 둔 정모(35)씨는 둘째날 강릉으로 가던 중 휴식시간에 “베트남말은 ‘배고파, 밥줘, 맛있다’ 세 가지밖에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은 알았는데 잊어버렸다”며 아내에게 미안해했다. 아내 레티꾸인장(26)과 부근에 앉았던 베트남 여성 응웬티창(25)씨는 “남편이 베트남 말을 잘하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고 웃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강릉 통일안보전시관에서 한국의 국난극복사와 전쟁, 통일 등에 대한 설명과 전시물 등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남편들은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6년 전 결혼한 베트남 아내, 네 아이와 함께 온 박모(43)씨는 “외국인과의 결혼은 문화 차이는 물론 경제 문제, 가족 갈등 등 하나도 쉬운 게 없었지만 이제는 많이 극복했다”고 말했다. 건축일을 하다 39세 때 베트남 신부와 결혼한 다른 박모(44)씨는 결혼 초기 아내가 말대답하는 게 마치 욕을 하는 것처럼 들려 더 심하게 싸웠다며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군 1함대 사령부 견학은 나라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됐다. 영상을 통해 동해와 독도를 수호하는 1함대와 아프리카 파견 청해부대의 활약상 등을 본 가족들은 몇 번이나 박수를 쳤다. 몽골 출신 비얌바도우람(35)씨는 “지금까지 가족밖에 몰랐는데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며 “한국인이 된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8일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영월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찾았다. 문화관광 해설사가 ‘슬픈 임금 단종’에 대해 설명을 하자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단종이 17세에 사약을 받고 죽는다는 대목에선 “너무 불쌍하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굿피플 정민성씨는 “이번 캠프를 통해 다문화가족 모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들이 활력을 되찾고 문화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영월=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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