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어린이집 폐쇄하다니 너무해

공립 어린이집 폐쇄하다니 너무해

기사승인 2010-02-09 20:40:00
[쿠키 사회]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줘도 모자랄 판에 잘 운영되고 있는 공립 어린이집을 폐쇄하다니 공무원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강원도가 16년간 운영해 온 영아 전담 보육시설을 없애고 보육정책 연구기능 강화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키로 하자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이 범정부적인 출산장려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9일 강원도 여성정책개발센터에 따르면 1993년부터 직접 운영해온 석사동 소재 영아 어린이집(구 여성회관)을 이달 말 수료식을 기해 폐쇄하고 연구기능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센터측은 어린이 집을 폐쇄하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사설 보육시설이 많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군색한 변명을 해 주위를 어이없게 하고 있다.

공립 어린이집은 일반 보육시설보다 보육료가 10만원 이상 저렴한데다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하는 등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왔다. 36명 정원에 순번을 기다리는 부모들만 매년 50∼60명에 달할 정도다.

2008년에는 시설을 전면 보수해 유아교육평가인증까지 받았지만 2년여 만에 운영을 중단해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주부 박모(38·석사동)씨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출산장려와 보육정책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강원도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도청 내에 곧 직장 보육시설이 생긴다는데 결국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빼앗고 공무원 잇속만 챙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춘천시민연대도 8일 성명을 내고 “도 여성정책개발센터는 시대에 역행하는 공립 어린이집 폐쇄를 즉각 중단하고 정상 운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서에는 “세계 꼴찌의 출산율로 국가 존망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을 만큼 보육 문제는 이제 국가와 자치단체의 중요정책으로 부상했다”며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는 공공보육시설을 없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 여성정책개발센터가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 운영중단이 불가피했다는 해명에 대해 “영아 어린이집을 없애고 정책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책상머리에 앉아서 실적 쌓기만 하겠다는 것은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여성정책개발센터 관계자는 “도단위급 정책개발기관으로 기능이 바뀌어 춘천 시민만을 위한 일을 할 수 없었다”며 “연구와 양성평가 기관으로 개편하면서 직업교육 과정과 보육시설을 폐쇄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춘천=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
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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