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팝아트 패션을 입다

자전거, 팝아트 패션을 입다

기사승인 2010-02-22 16:04:00

[쿠키 생활] 직장인 이무비(27)씨는 지난해 4월 원래 타던 검은색 산악자전거(Mountain bike·MTB)를 처분하고 흰색 조립식 자전거를 출퇴근용으로 구입했다. 최근 밋밋해 보이는 안장에 얼룩말 무늬 천을 손수 덧대 멋을 부렸다.

이씨는 “평상복을 입고 하루 1시간가량 자전거를 타는데 MTB는 투박해 타는 맛이 안 났다”며 “새로 산 애마를 끌고 다니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고 웃었다.

‘자전거를 좀 탄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MTB만 고집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디자인을 가미한 패션 자전거가 강세다. 전자가 탈것의 기능에 충실했다면 후자는 바퀴 사이즈와 프레임 디자인, 색감 등을 다양화한 스타일을 말한다.

서울에서 25년 동안 자전거 매장을 운영한 마영식(47)씨는 “기아가 몇 단이고 체인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은 디자인을 본 다음에 나온다”며 “스펙(기능을 아우르는 말)보단 예쁜 게 먼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시장 조사 업체가 자전거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기능이 아닌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보고 자전거를 사겠다”고 답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패션 자전거가 뜨고 있는데 한 몫하고 있다.

국내에서 패션 자전거가 등장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6년 다국적 의류 브랜드 베네통이 국내 한 업체와 협업으로 제작한 형형색색의 ‘베네통 자전거’가 패션 자전거의 시초다. 이후 BMW, 시보레 등 해외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콘셉트에 맞춘 ‘럭셔리 자전거’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꽃남 자전거’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뒷바퀴에 비해 앞바퀴가 2배 정도 커다란 독특한 디자인은 3월부터 10월까지 1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자전거 업계에서는 한 모델이 2000대 넘게 나가면 베스트셀러로 구분한다.

국내기업 코렉스는 다음달 중순 ‘키스 해링 자전거’를 출시한다. 미국 유명 팝 아티스트인 키스 해링의 생전 작품을 자전거에 그려 넣었다. 키스 해링 재단은 자전거 기능에 대해 관여 하지 않았지만 자전거에 들어가는 작품 수와 자전거 디자인이 작품과 어울리는 정도를 철저히 분석했다. 코렉스 신호철 대리는 “자전거를 하나의 작품으로 봐도 좋을 것”이라며 “온라인에 공개된 사진을 보고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패션 자전거족’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튜닝에도 신경을 쓴다. 도색 전문 업체에 맡겨 본체에 원하는 색을 입히거나 천과 스티커, 부품 등을 따로 구입해 직접 꾸미기도 한다.

산악자전거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쫄쫄이 의상이 제격이지만 예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패션에도 신경 쓴다. 자전거를 패션에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전거와 어울리지 않는 의상은 되도록이면 피한다. 또 땀복 소재의 민망한 스타일을 벗어나 안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일상생활이 가능한 복장을 주로 입는다.

의류 브랜드 에이든 플러스 마케팅실 남지예 실장은 “바이크룩(Bike look)으로는 편안함을 강조한 복장이 좋다”며 “여성의 경우, 저지나 벨벳 소재에 주름이나 스팽글 장식이 있는 디자인을 활용하면 사랑스러운 모습을 연출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의는 배기팬츠나 아예 쫙 달라붙는 바지, 레깅스를 입는 것이 적당하다. 다리 움직임이 편해 자전거 타기에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인에 옷이 말려들어 가지 않도록 발목 밴드를 차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사진= 코렉스 제공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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