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감독이 이끄는 일본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루스텐버그 로얄바포켕 스타디움에서 열린 E조 3차전에서 덴마크를 3대1로 격파하고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은 원정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동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오는 26일 우루과이를 상대로, 일본은 29일 파라과이를 상대로 16강전을 벌이지만 두 감독은 이번 토너먼트에서 또 다른 승부를 벌여야한다. 서로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자존심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당시에는 한국이 4강까지 한 걸음에 달려가며 16강에서 멈춘 일본보다 크게 앞섰지만 두 팀 모두 외국인을 사령탑으로 세웠고 홈 텃세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았던 만큼 이제야 제대로 된 승부를 벌일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당초 허 감독에게 오카다 감독은 견제 대상이 아니었다. 허 감독은 지난달 24일 일본의 남아공 출정식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오카다 감독에게 좌절을 안겼다. 평가전 성적도 허 감독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월드컵에 돌입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오카다 감독이 조별리그에서 허 감독(1승1무1패)보다 더 좋은 성적(2승1패)을 거둔 것이다. 좀처럼 월드컵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던 일본 국민들도 자국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오카다 감독에게 열광했다.
허 감독과 오카다 감독은 이제 대등한 상황에서 서로의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16강 토너먼트에서 먼저 탈락하는 쪽이 단순한 경기에서의 패배 이상의 좌절감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모두 무너뜨릴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동반 상승효과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조별리그 최종전에 임하는 오카다 감독과 일본 선수들을 자극해 정신력을 끌어올렸을 것이다. 이번에는 일본의 16강에 합류 소식을 접한 허 감독이 자극 받을 차례다. 더반(남아공)=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