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월드컵 도전 56년 만에 첫 원정 16강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밝은 미래를 제시했으나 그에게는 내일이란 없었다. 4년 뒤에는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국가의 부름을 다시 받게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온몸으로 그라운드를 느끼는 것뿐이었다.
누워있는 곳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경기장에서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윗옷으로 얼굴을 훔쳐야할 정도로 설움이 북받쳤다.
차두리는 26일(현지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으나 한국의 1대2 패배를 막지 못하고 분루를 들이켰다.
자신에게도, 조국에도 처음이었던 원정 월드컵 16강전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는 희망을 봤다고 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을 만나 “4년 뒤에는 더 좋은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음을 멈추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큰 대회에서 뛰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대표팀 선수들을 보고) 기뻐했다는 점에서 나에게 주어진 월드컵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차범근 SBS해설위원)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축구하는 사람끼리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도 패배를 경험하셨으니 잘 알 것”이라고 짧게 답한 뒤 믹스트존에서 빠져나갔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