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아! 여기까지인가…’ 눈물과 비로 그라운드 적셨다

[남아공월드컵] ‘아! 여기까지인가…’ 눈물과 비로 그라운드 적셨다

기사승인 2010-06-27 15:30:00

[쿠키 스포츠]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선수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그라운드에 누워 쏟아지는 비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눈물을 흘려보냈고 이영표(알 힐랄)는 땅을 짚고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동국(전북)은 경기를 그대로 끝내버린 시간이 야속했는지 전광판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골키퍼 정성룡(성남)은 벤치에 앉아있던 대표팀 맏형 이운재(수원)가 그라운드로 나와 눈물을 닦아주자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깨를 일일이 두드리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허정무 감독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동안 경기를 마치면 어김없이 후배들을 격려했던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이 순간만큼은 홀로 우두커니 선 채 비를 맞았다. 27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는 그렇게 대표팀 선수들의 눈물이 빗물을 타고 흘러 그라운드를 적시고 있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풀죽은 얼굴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등장했다. 2대0으로 이겼던 그리스와의 1차전이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선수도, 힘겹게 입을 여는 선수도 하나같이 성원해준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잘 싸우고도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일 정도였다.

윗옷으로 얼굴을 훔쳐야할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았던 차두리는 국제대회에서 뛰는 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울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차범근 SBS해설위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축구하는 사람끼리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도 패배를 경험했으니 잘 알 것”이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믹스트존을 떠났다.

두 번의 교체 출전으로 12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을 마친 이동국은 “내가 생각했던 월드컵이 아니었다”며 더 이상의 기적을 연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했다. 1-2로 뒤지던 후반 42분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놓친 결정적 골 기회가 계속 떠올랐는지 “아쉽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쉽지 않다. 월드컵을 마친 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자책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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