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1970년대부터 세계 축구 판세를 흔들었지만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유령선처럼 표류하며 우승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흘러 플라잉더치맨의 침몰지역인 남아공에서 무관(無官)의 저주를 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유럽의 강소국, 세계축구의 흐름 이끌다
네덜란드는 토털사커라는 혁신적 전술과 간판 골잡이 요한 크루이프(63)를 앞세워 1970년대를 호령했다. 당대 강호였던 남미와 동유럽 팀들도 네덜란드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 준결승전까지 14득점하는 동안 1실점하며 세계 축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 번의 실점도 자책골이었다. 결승전에서 프란츠 베켄바우어(65)를 앞세운 서독대표팀에 1대2로 무릎 꿇기는 했으나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는 이 만큼의 성과로도 충분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도 결승전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 결승전에서는 편파판정 의혹을 불러왔던 개최국 아르헨티나와 1대1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두 골을 내줘 1대3으로 졌다. 우승 문턱에서 두 대회 연속 좌절했으나 세계에 토털사커 붐을 일으키며 꾸준한 주목을 받았다.
토털사커는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이 기존 포메이션을 하나의 판처럼 동시에 움직여 공격과 수비에 모두 가담하는 고도의 전술. 협력수비와 풀백 시스템 등 현 세대에서 활용되는 주요전술들은 토털사커가 낳은 유산이다. 종주국도, 전통의 강호도 아니었던 네덜란드가 지난 40여 년 간 세계축구의 흐름을 주도해 온 것이다.
월드컵 정상을 찾아 36년째 표류
문제는 월드컵에서 정상을 밟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네덜란드는 두 번의 월드컵 준우승으로 강호 반열에 올랐으나 결과적으로 우승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절대강자로까지 올라설 수 없었다.
월드컵 조 추첨에서 톱시드를 배정받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상위권을 유지해도 전문가들로부터 우승후보로 선택받지 못했다. 36년째 월드컵이라는 바다에서 정상을 찾아 헤매는 네덜란드의 모습은 플라잉더치맨, 바로 그 자체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네덜란드는 월드컵 최다 우승국 브라질과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국 스페인에 밀려 주목 받지 못했다. 누구도 네덜란드가 세 번째 결승 무대를 밟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전승으로 결승까지 직행했다. 8강전에서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브라질에 2대1로 역전승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감과 저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우승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