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징크스 ‘빅3’ 깨졌는데…펠레의 저주만 그대로

[남아공월드컵] 징크스 ‘빅3’ 깨졌는데…펠레의 저주만 그대로

기사승인 2010-07-08 17:02:00

[쿠키 스포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오랜 세월 축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던 온갖 징크스들을 깨뜨렸다. 월드컵 80년 역사에서 단 한 번도 결승전에 오르지 못했던 스페인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하나의 거대한 징크스가 깨진 셈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종결된 세 가지 징크스를 짚어봤다.

징크스1. 개최국은 반드시 1라운드를 통과한다

공 좀 찬다는 국가들이 너나할 것 없이 월드컵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개최국 효과를 톡톡히 보기 위해서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프랑스 등 강호들은 안방에서 정상을 밟았고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약체로 분류됐던 국가들도 개최국으로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과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는 심판 판정은 개최국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나 다름없다. 개최국이 최소한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는 징크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상 첫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이 징크스가 깨졌다. 남아공은 이번 월드컵에서 1승1무1패(승점 4)로 조 3위에 머물러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징크스2. 유럽은 다른 대륙에서 우승 못한다

유럽은 남미와 함께 월드컵 판세를 양분해왔다. 2006 독일월드컵까지 총 18번의 대회에서 두 대륙은 9번씩 우승트로피를 나눠가졌고 개최대륙에 따라 우승향방도 갈렸다. 남미 팀은 지난 대회까지 월드컵을 개최했던 모든 대륙에서 정상을 밟았다. 1958 스웨덴대회(유럽)와 1970년 및 1986년 멕시코대회, 1994년 미국대회(이상 북중미), 2002 한·일대회(아시아)를 모두 휩쓸었다.

반면 유럽 팀은 유럽대회에서만 우승하며 ‘우물 안 개구리’ 징크스에 시달렸다. 지난 대회까지는 그랬다.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남미의 초반 강세에 밀리는 듯 했으나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결승전에 오르며 ‘우물 안 개구리’ 징크스를 깨뜨렸다.

징크스3. 유럽·남미, 롤러코스터 우승법칙

유럽과 남미는 1962 칠레대회부터 2006 독일대회까지 한 대회씩 번갈아가며 우승트로피를 주고받았다. 브라질(1962·이하 대회별 우승국)과 잉글랜드(1966)와 브라질(1970), 서독(1974). 아르헨티나(1978). 이탈리아(1982). 아르헨티나(1986), 서독(1990), 브라질(1994). 프랑스(1998), 브라질(2002), 이탈리아(2006)로 이어졌던 롤러코스터 우승법칙은 44년 간 계속됐다.

이는 같은 대륙의 연속 개최를 가급적 배제했던 국제축구연맹(FIFA)의 원칙과 개최대륙에 따라 우승대륙도 갈렸던 징크스가 맞물려 어느 정도 객관적 근거도 갖춘 듯 보였다.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그러나 스페인과 네덜란드 중 우승국이 나오게 된 만큼 두 대회 연속 유럽 우승이 확정됐다. 유럽이 ‘우물 안 개구리’ 징크스를 깨뜨리지 못했다면 롤러코스터 우승법칙은 계속됐을지 모른다.

그래도 펠레의 저주는 계속된다

월드컵 징크스의 빅3가 사라지게 됐으나 가장 거대한 한 가지는 깨지지 않았다. 브라질의 축구영웅 펠레(70·사진)의 저주는 그대로 남았다. 선전을 예상하거나 응원하는 팀이 조기 탈락하는 ‘펠레의 저주’는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펠레는 16강전을 앞두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독일을 우승후보로 꼽았으나 세 팀 모두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남미의 초반 강세를 주도했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탈락하는 불운까지 맞았다. 골 폭풍을 일으키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독일도 8일(한국시간) 스페인에 0대1로 져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펠레의 저주가 이번에도 적중한 것이다. 급기야 펠레는 빅게임마다 승패를 정확히 맞췄던 독일 '점쟁이' 문어 파울보다도 못하다는 평가까지 수모를 당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결승전이 열리는 오는 12일까지 펠레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그의 입에 오르는 순간 사상 첫 우승을 향한 기대감은 좌절로 바뀔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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