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미 파워게임, 마지막엔 유럽이 웃었다
조별리그까지의 유럽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았다. 그리스와 덴마크, 스위스 등 유럽의 중위권 팀들은 남미의 강세와 아시아의 약진에 밀려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전통의 강호도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유럽의 부진을 키웠다.
유럽이 전전긍긍하는 동안 남미는 칠레(H조 2위)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각조 1위를 석권하며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16강 토너먼트로 넘어가자 상황이 바뀌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독일은 4강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고 우승부터 3위까지 싹쓸이하며 유럽의 대반격을 주도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는 8강에서 무릎 꿇었다. 남미 예선 최하위(5위)로 본선에 올랐던 우루과이만 4강까지 살아남으며 체면을 지켰다. 대회 내내 벌어졌던 두 대륙의 롤러코스터 파워게임은 이렇게 유럽의 완승으로 끝났다.
아시아 ‘유럽 중위권 팀쯤이야!’
아시아의 성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과거 조별리그 통과는커녕 1승조차 힘겨워했던 아시아는 이번 월드컵에서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복수의 팀들을 16강에 올려놨다. 주인공은 단연 한국과 일본이다.
두 팀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동반 달성하며 아시아의 약진을 주도했다. 한국은 그리스(2대0)를, 일본은 덴마크(3대1)를 두 골 차로 격파하는 등 유럽 중위권 팀을 가뿐히 제압했다. 비록 16강에서 나란히 탈락했으나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호주가 독일에 0대4로, 북한이 포르투갈에 0대7로 대패하는 등 아시아는 여전히 세계의 높은 벽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이번 성과로 인해 ‘1승 재물’에서 ‘견제 대상’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개최대륙 효과도 못보고…’
홈 텃새는 그동안 월드컵에서 적지 않은 위력을 과시해왔다. 2006 독일월드컵까지 개최국이 모두 1라운드를 통과했고 유럽과 남미의 경우 소속대륙 대회에서 대부분 우승했다.
1990년대부터 강호로 급부상했던 아프리카가 이번 월드컵에서 첫 우승국을 배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형편없었다.
남아공은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한 개최국의 오명을 썼고 우승후보로까지 불렸던 코트디부아르와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 북아프리카의 복명 알제리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카메룬은 3전 전패로 탈락하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오직 가나만 16강에 올랐으나 8강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들이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