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흐려진 권상우 사건 “사과, 일본 먼저? 한국 먼저?”

본질 흐려진 권상우 사건 “사과, 일본 먼저? 한국 먼저?”

기사승인 2010-07-21 23:14:01

[쿠키 연예] 교통사고로 직격타를 맞은 배우 권상우를 둘러싸고 일본이 먼저냐, 한국이 먼저냐 식의 ‘사과 순서’에만 집중하는 기현상이 빚어지면서 사건은 점점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

권상우는 지난달 12일 새벽 서울 청담동 골목길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주차돼 있던 차량을 들이받고 경찰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낸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틀 뒤 서울 강남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교통사고는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듯 했으나, 사건이 발생한 지 12일 지난 후인 지난달 24일 MBC ‘뉴스데스크’가 단독 보도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권상우 소속사 측은 국내 언론에 보도된 이튿날인 25일 일본 공식 팬 홈페이지인 ‘미스터 티어스’(Mr. Tears)에 즉각적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 번으로도 모자라 29일에도 글을 올렸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로 올린 글은 오는 8월5일 권상우의 34번째 생일에 맞춰 팬 미팅 겸 생일 파티를 연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사과는 ‘부’로 덧붙여졌다. 권상우는 내달 4~5일 도쿄 시부야 씨씨 레몬홀, 10~11일 고베 국제회관 홀에서 공식 행사가 예정돼 있다.

두 번째로 올린 글은 지난달 12일 발생한 교통사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사과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큰 폐를 끼치고 걱정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 권상우 본인도 팬클럽 회원 여러분, 관계자 여러분에게 막대한 폐를 끼친 일을 깊게 반성하고 있다. 신뢰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생일 팬 미팅에 관한 자료를 일본 측에 보내면서 살짝 언급했던 것뿐이지 공식적 사과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글을 올린 시기나 내용상 일본 팬들에 대한 즉각적 사과와 공식 입장을 밝힌 선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사실이 21일 국내 언론 매체의 보도를 통해 크게 알려지면서 대중은 격분하고 있다. 사건 발생 30일이 넘도록 사과는커녕 해명조차 하지 않은 권상우이기 때문이다.

이에 권상우와 팬클럽 측은 “지난 16일 친필 사과문을 작성했으나 운영진이 고민을 하던 중 시기를 놓쳐 곧바로 공개하지 못했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성난 민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각설하고, 과연 이번 사고의 본질이 ‘왜 한국에서는 사과가 늦었느냐’ ‘일본 팬만 팬이냐’ 일까. 물론 국내 팬들과 대중에게 즉각적으로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건의 본질은 ‘그 날’ 새벽에 있다.

‘음주운전’ 여부와 ‘뺑소니’ 혐의는 분명하게 밝혀져야 하며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권상우가 사건 발생 이틀 후에 경찰서에 출두했다는 점,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의 매니저가 혐의를 뒤집어쓰려 했다는 점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특히 당시 도주하는 권상우를 쫓아갔던 경장, 조사를 한 경위 2명에게 감봉 혹은 견책의 징계가 내려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이에 대중은 권상우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공식 입장을 표명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사건의 내막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길 바라고 있다. ‘사고 후 미조치’라는 결과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득받기를 원한다.

대중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권상우와 소속사 측은, 사건 직후는 물론이거니와 언론에 공개적으로 알려진 이후에도, 즉각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일단은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단지 20일 쿠키뉴스가 청한 전화통화에서 “본인도 심히 반성하고 있고, 죄책감을 가진다는 것만으로 묵과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사과의 뜻을 밝힐 계획이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오늘 21일, 권상우의 친필 사과문이 팬클럽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어쩌면, 사건 발생 31일째인 지난 13일 검찰로부터 5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는 경징계로 사건도 일단락된 마당에 기자회견을 통한 공식 사과까지 필요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아시아인의 큰 사랑을 받는 톱스타이기에 요구되는 ‘성실’의 덕목이 있다. 연기뿐 아니라 사과와 해명에도 같은 덕목이 적용된다. ‘눈 가리고 아웅’ 격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보다는, 평소의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대로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정확하고 시원하게 밝혀줄 때 권상우를 향한 대중의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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