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요즘 가요계 대세는 방시혁(38) 프로듀서다. 발표하는 곡마다 단숨에 온·오프라인을 장악할 만큼 그의 음악은 대중의 귀와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 2AM의 ‘죽어도 못 보내’ god의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 간미연의 ‘미쳐가’ 서인국의 ‘부른다’ 등이 있다. 현재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오른 2AM 창민과 에이트 이현이 합작한 프로젝트 ‘옴므 바이 히트맨뱅’의 노래 ‘밥만 잘 먹더라’도 그의 작품이다.
히트곡과 더불어 학벌과 집안까지 탄탄해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을 일컫는 말)라 불릴 만하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한 방시혁은 노동부 산하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던 방극윤의 장남이기도 하다. 여동생은 이화여자대학교 작곡가를 전공한 뒤 현재 보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다양한 악기가 가져다주는 생기 넘치는 소리에 흠뻑 취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대입 진학을 위해 학업에 전념하느라 본의 아니게 음악과 멀어졌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강력히 끌어당기는 자성(磁性)이 그에게도 작용한 것일까. 일상생활에 집중하면 할수록 습관처럼 음악이 그의 곁을 맴돌았다. 작곡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뒤 참여한 ‘제6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거머쥐었고, 본격적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그의 존재는 미미했다. 그렇게 인맥 하나 없었던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은 박진영이었다.
“제가 학창시절부터 미국 팝 음악에 빠져서 가요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어요. 당시 박진영이라고 하면 비닐 바지를 입고 독특한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가수라는 정도의 이미지만 알고 있었죠. 그러다가 진영이 형이랑 같이 일하게 됐는데 호흡을 맞추면 맞출수록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일을 하면서 제 자신의 한계도 많이 느끼게 됐고요. 지금은 서로에게 든든한 후원자이자 조언자가 됐죠. 좋은 노래는 크게 칭찬해주고, 별로인 곡은 눈물 쏙 빠지도록 비판하죠.(웃음)”
박진영에 대해서는 프로듀서의 면모를 높이 평가했으며, AQ엔터테인먼트 측과 키워낸 신예 여성 4인조 미쓰에이(Miss A)에 대해 극찬했다.
“미쓰에이는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가수예요. 미쓰에이의 첫 방송을 TV로 시청하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TV로 시청할 때 ‘다른 그룹과 1% 정도 다르다’ 느껴지는 것은 실제로는 더 큰 격차가 있거든요. 미쓰에이는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이지만 타 그룹과 확연히 비교되는 춤 실력이 돋보이더라고요. 무대 장악력도 상당하고요. ‘아 진영이 형이 JYP에서 10년 동안 들인 노력이 빛을 발하는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쓰에이 이야기가 나오니 방시혁이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2AM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 출발한 2AM은 노래 ‘이 노래’와 ‘친구의 고백’을 발표했으나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박진영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후 현재 방시혁이 만든 노래 ‘죽어도 못 보내’로 상반기 가요계를 점령했다.
“2AM은 그룹으로 모여 있을 때도 괜찮지만 개개인으로서도 재능이 탁월한 것 같아요. 각자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해 모든 연령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국민돌’이 됐으면 합니다. 한류시장에서도 인기 몰이를 하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웃음). 내년 상반기에는 아시아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거든요. 좋은 음악으로 아시아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그룹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예명 ‘히트맨’. 자신의 이름을 현실로 실현시켰을 만큼 히트곡을 많이 제작한 방시혁. 그의 손끝에서 나온 히트곡은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 일단 ‘총 맞은 것처럼’은 백지영을 위한 노래였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면 대중이 좋아하더라’ 식의 흥행 공식이 있는 건 아니에요. 만약 제가 히트곡을 만드는 요령을 알고 있다면 히트하는 곡만 줄줄이 쏟아냈겠죠(웃음). 한 가지 이유를 굳이 꼽으라면 적임자를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총 맞은 것처럼’은 백지영 아니면 어떤 누구도 부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가수 중 어느 누구가 총에 맞은 것처럼 가슴 찢어지는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백지영 씨의 혼이 담긴 노래였기에 대중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래 ‘죽어도 못 보내’도 2AM 아니면 부를 수 없었다고 판단했고요.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다져온 권이를 비롯해 네 멤버의 애절한 음색이 빛을 발했죠.”
방시혁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히트곡’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기 있는 곡을 여러 개 만들어내긴 했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소위 ‘국민가요’가 없었던 것.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진영이 형이랑 만든 비의 ‘나쁜 남자’는 멜로디나 가사는 대충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는 노래잖아요. god의 ‘프라이데이 나이트’도 그렇고요. 가수의 퍼포먼스를 받쳐주는 음악은 됐지만,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안 됐죠. 대중과 함께 살아 숨 쉬면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노래가 없다는 게 가슴 아팠어요. 물론 지금도 누구나 다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어내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늘 위기라 여기고 직원들을 독려하며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히트 메이커’답게 내년 상반기까지 그의 일정은 빡빡하다. 문지은의 신곡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히비예 히비요’(HIBIYE HIBIYO) 공개를 시작으로 ‘JYP의 보석’ 임정희, 2AM 정규 앨범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에 데뷔시키는 ‘여성 2AM’과 힙합 크루 ‘방탄소년단’ 등 줄줄이 그의 손을 거쳐야 한다.
방시혁은 2AM의 경우 ‘죽어도 못 보내’와 비견할 만한 곡을 정규 앨범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 진출에 힘쓰느라 국내에서 거의 활동하지 못한 임정희에 대해서는 이달 말 컴백 앨범에서 보여줄 변신을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2AM 정규 앨범에 수록되는 노래들이 대부분 좋아서 내부에서도 기대하는 게 있어요. ‘죽어도 못 보내’로 2AM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실망스럽지 않을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임정희는 예전의 노래 기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거예요. 마치 꿈을 꾸는 듯 몽환적 느낌의 노래를 듣게 되실 겁니다. 임정희는 목소리를 기술적으로 다루는 면에 있어서 국내에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녹음을 하면서도 느낀 것은 ‘정말 사람 맞아’ 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자랑하더라고요. 오랜 공백기를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좋은 노래를 들려드릴 예정이니 기대해주십쇼.”
마지막으로 그는 대중에게 오랜 시간 인정받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전 오랜 시간 음악인으로 살고 싶은데요.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만들어낼 자신은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할 자신은 있습니다.”
2009 제1회 멜론 뮤직어워드 송 라이터상, 2010 엠넷 20`s 초이스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 선정 등 13년 전부터 뿌리내린 노력이 하나 둘 열매를 얻고 있다. 앞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이력이 추가될지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