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군사실무위, 참새론과 독수리론 설전

남북군사실무위, 참새론과 독수리론 설전

기사승인 2010-09-30 17:44:01
2년여 만에 처음 열린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남북대표단은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 받았다.

남북군당국은 30일 판문점 우리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35분쯤 북측구역인 판문각을 넘어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으며 10시 정각에 회담을 시작했다.

먼저 북측대표인 리선근 대좌가 “서울에서는 언제 오셨는가”라고 말문을 열었고 우리측 대표인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문상균 대령은 “아침에 출발했다”며 “북측은 언제 왔냐”고 물었다. 리 대좌는 “어제 왔다”며 “오다보니 들에는 벼가 잘 익고, 산을 봐도 과일 잘 익고 있더라 북도 남도 수확의 계절인데 좋은 계절에 북남 회담이 결실을 맺는 생산적인 회담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문 대령은 “북측 단장으로 부임한 것 환영한다”며 “엄중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문 대령은 이어 “비를 피하는 방법에는 참새처럼 처마 밑에 숨는 것과 독수리처럼 피를 하는 방법이 있다”며 “참새처럼 처마밑에 숨으면 편할 수는 있어도 독수리처럼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한다”며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이에 리 대좌는 “독수리는 자기의 생존방식이 있고 참새는 참새의 방식이 있다”며 “오늘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날 주요의제인 천안함 피격사건을 놓고 양측은 의견차이를 보였다. 남측대표단은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한 결과, 북한측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북한이 이를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또 책임자도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남측)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북측)검열단 파견을 수용하라”고 반박했다. 또 남측은 북한이 우리측 해역에서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고 있고 적대적인 도발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북측은 우리 해군 함정들이 자신들이 설정한 해상경비선을 침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북측은 우리측 민간단체의 전단살포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확성기 설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은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하고 2년만에 열린 실무회담을 끝냈다.

1시간 40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팽팽한 공방전을 벌였으나 고성이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을 끝난 뒤 기념사진 촬영시 리선권 대좌는 문상균 대령 옆에 서면서 “성과도 없으면서 뭐하겠소?”라며 마뜩한 표정을 지은 뒤 문 대령에게 10초간 귓속말을 나눴다. 문 대령은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최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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