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 전국 최초의 갤러리 설치한 광주 북구 전진현 문화진흥과장

구청에 전국 최초의 갤러리 설치한 광주 북구 전진현 문화진흥과장

기사승인 2010-11-10 00:01:00
[쿠키 사회] “딱딱한 행정기관에 미술 전용공간을 따로 둔 것은 문화의 향취를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면 행복하겠다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광주 북구 전진현(58) 문화진흥과장은 1998년 초 자신이 근무하는 용봉동 북구청사 1층에 전국 최초로 ‘북구 갤러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시민들을 위해 민원실 한켠에 한국화와 서양화, 조각품 등을 전시하자는 전 과장의 발상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전 과장의 이런 구상은 ‘문화 구청장’을 표방한 당시 김재균 구청장(현 민주당 의원)에 의해 다행히 채택됐고 얼마 후 민원실 240㎡의 공간에는 ‘북구 갤러리’가 처음 문을 열었다.

갤러리가 운영되기 시작하자 민원실은 방문객들의 잡담으로 가득찼던 특유의 부산스러움에서 벗어나 벽에 걸린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변했다.

12년이 흐른 지금까지 북구 갤러리는 광주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전시회가 열리는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견학을 거쳐 이를 본딴 ‘행정기관 속 전시관’이 경남 진주시 등 전국 20여개 지자체에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운암3동장으로 발령난 2008년 9월에도 동사무소에 ‘황계갤러리’를 꾸며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발급받으러온 주민들을 미술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좁은 동사무소에 미술전시 공간이 생긴 것도 역시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삶의 수준은 문화 향유권과 직결됩니다. 인류를 위한 각 분야의 위대한 창조적 행위도 한결같이 문화적 토대 위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모두와 나누고 싶습니다”

1970년대 남용 김용구 선생의 사사로 서예를 접한 전 과장은 이후 남다른 열성으로 동양화와 서양화 등 다른 예술영역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서예뿐 아니라 한국화로 수차례 개인전을 가진 그는 국전 심사위원과 광주시전, 전남도전 심사위원을 지내고 광주시미술협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는 북구 동료공무원 15명과 매달 15만원씩, 225만원의 회비를 걷어 마음에 드는 미술작품을 사들여 소장하는 일종의 ‘메세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구에 근무할 때는 현재 광주의 명소로 자리잡은 골동품 거래장터 ‘개미장터’를 직접 개설했던 그는 가는 곳마다 문화의 향기를 전파하는 ‘문화전도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전 과장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미술작품은 인생의 보물이나 다름없다”며 “2년 후 퇴임하면 소장중인 500여점의 작품으로 작은 사설미술관을 세워 운영하는 게 여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1980년 광주시 기획실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북구 총무계장과 운암3동장 건국동장 등을 거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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