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쥐 넣고 ‘쥐식빵’ 만들었다”…쥐식빵은 자작극

“내가 죽은쥐 넣고 ‘쥐식빵’ 만들었다”…쥐식빵은 자작극

기사승인 2010-12-30 21:51:00


[쿠키 사회] 유명 브랜드의 제과점에서 구입한 식빵에서 쥐가 나왔다고 온라인에 글을 쓴 김모(35)씨가 "내가 쥐를 넣어 '쥐식빵'을 만들었다"고 자백했다. 이로써 온라인에 올라온 몇 장의 사진으로 시작된 이른바 '쥐식빵' 사건은 자작극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신과 경쟁하는 업체에 피해를 주려고 벌인 이기적인 행동은 제빵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김씨는 30일 저녁 방송된 KBS뉴스9에서 "쥐를 넣은 건 제가 맞다"고 시인했다. 그는 골목에서 죽은 쥐를 우연히 발견한 뒤 냉장고에 보관해두고는 아내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직접 '쥐식빵'을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근 빵집에서 쥐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가게 매출이 나아질 거란 생각에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쟁 업체)에 약간의 타격만 주려고 생각해서 (쥐식빵을) 만들었는데 일이 일파만파 커졌다"고 했다. 김씨는 부인과 함께 C사 가맹 제빵점을 운영해 왔다.

김씨는 사건이 커지고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죽으려고 유서도 썼고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차 안이나 모텔에서 지냈다. 차 안에서 연탄을 피우고 한 참을 있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중 경찰에 자수 할 예정이다.

이른바 쥐식빵 사건은 김씨가 23일 새벽 "자주 가던 빵집에서 구입한 밤식빵에서 쥐가 통째로 나왔다"고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유명 브랜드인 P업체의 가맹점포에서 전날 구입한 식빵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문제의 식빵 사진을 찍어 올렸다. 반으로 쪼갠 제품 안에는 털과 살이 어지럽게 엉킨 거무튀튀한 이물질이 들어있었다.

끔찍한 사진은 온라인으로 속수무책으로 퍼졌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전이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제빵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문제의 제과점으로 지목된 유명 브랜드는 큰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그 업체의 식빵에서 정말 쥐가 나왔는지, 제보자가 조작을 한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진을 본 소비자들은 진위를 떠나 "왠지 꺼림직하다""당분간의 빵을 못 먹겠다"고 반응했다.


김씨가 쥐식빵을 만든 곳이라고 지목한 P업체는 물론 다른 브랜드 제빵 업체도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오명을 썼다. 소비자들은 "대형업체도 못믿겠다"며 구매를 망설였다. 브랜드가 없는 영세 제과점도 덩달아 피해를 봤다. 익명 제보의 힘은 크고도 거셌다.



하지만 김씨의 제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정상적인 제보자라면 문제의 업체에 바로 연락을 취해 억울함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김씨는 온라인에 사진과 글을 올린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김씨의 아내가 P제과점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다른 유명 제빵 브랜드 점포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구심은 커졌다. ID를 고의로 도용해 인터넷에 제보를 올렸고 경쟁 업체는 물론 아내가 운영하는 빵집 본사와 몰래 접촉한 사실까지 속속 드러났다. 선의 제보자라며 김씨를 지지하던 네티즌들도 "떳떳하다면서 왜 자꾸 숨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올 수록 김씨는 의문 투성이로 변했다. "아들이 먹겠다고 사온 빵에서 쥐가 나온게 맞다"고 주장하던 김씨는 제보를 올린지 일주일이 지나 "자작극"이라며 말을 바꿨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P업체는 경찰 조사와 감식 결과가 나온 뒤 공식적인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감식과 경찰 조사가 현재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김씨의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공식적인 반응을 할 수 없다"며 "객관적인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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