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대 세상이 바뀐다] 넓어진 정보의 바다…당신은 정말 ‘스마트’해졌습니까?

[스마트시대 세상이 바뀐다] 넓어진 정보의 바다…당신은 정말 ‘스마트’해졌습니까?

기사승인 2011-01-01 10:25:00

2010년 11월 23일 저녁. 트위터에는 한 장의 위성사진이 등장했다. 사진의 풍경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거대한 검은 연기의 무더기가 온통 하늘로 치솟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 당시 위성사진입니다’라는 짤막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스마트, 세상을 뒤집다=북한의 도발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던 당시 이 사진은 삽시간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도배했다. 지상파 방송도 인터넷에 오른 폭격장면을 북한군의 연평도 폭격장면으로 내보냈다. 과연 진짜 연평도 폭격 당시의 모습인지, 누가 이 사진을 올렸는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보는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사진은 온라인과 모바일, 스마트폰 등을 타고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일부 네티즌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연평도가 아닌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미 그때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 유력 외신까지 이 사진을 보도한 뒤였다.


이 사진은 한국계 미군이 장난으로 올린 2003년 미국의 바그다드 공습 당시 사진으로 밝혀졌다. 한 사람의 장난이 소셜미디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유력 방송사들까지 ‘낚여버린’ 촌극이 빚어진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 시대’의 확인되지 않은 소셜미디어 정보가 확산되는 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라 할 만큼 삽시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그런 정보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들이 얼마나 어이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는 이 사건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


◇불신(不信), 불통(不通)의 시대=지난 12월 17일 대표적인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의 접속장애가 발생하자 트위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중국발 해킹으로 고객DB(데이터베이스)가 전부 털렸다고 합니다.’

고객 개인정보가 전부 털렸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도, 이를 인정하는 회사 관계자의 말 한마디도 없이 그저 밑도 끝도 없이 해킹을 거론했다. 해당 업체가 받을 유무형의 피해는 안중에 없었다. 이 루머는 카카오톡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걷잡을 수 없이 거짓소문이 퍼지자, 해당업체는 일부 장비의 장애일 뿐 해킹이 아니라고 해명해야 했다.

스마트시대의 광활한 ‘바다’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라는 고속함정이 쉴 새 없이 항해 중이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만 이용하던 소셜미디어를 언제 어디서든 손 안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옮겨놨고, 이는 전광석화와 같은 정보의 유통 환경을 조성했다.


아무데서나 정보를 보고 듣고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자 검증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 정보들이 정보제공자와 이용자의 상호소통이라는 ‘멋진 말’로 포장된 채 급속히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자는 발생하는데도 가해자는 찾을 수도 없는 해괴망측한 모습도 빈번히 연출되고 있다.

언론 역시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위’뉴스에도 “스마트족들이 몰려든다”는 이유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관행에 빠지기도 한다. 아예 검증에는 관심도 없이 무조건 빨리 보도하고 보자는 식의 ‘얼치기’ 언론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람들, 노예가 되다=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사람은 이제 지하철에서도 버스안에서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심지어 신문조차도 우리들의 출퇴근 풍경에선 사라졌다. 휴대전화를 들고 DMB를 보던 유행이 이젠 스마트폰을 들고 트위터를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짤막한 트위터 정보에 익숙해져 길고 우회적인 표현은 머리만 아프다’ ‘주변 사람과 대화가 줄었다’ ‘목과 손목이 뻐근하다’ ‘옆사람에게 물어봐도 될 걸 굳이 스마트폰으로 찾아본다’ ‘무료라서 받아놨지만 쓰지도 않는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이용자 1000만명을 바라보는 스마트폰 시대의 이같은 부작용에 대해 “난 하나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만한 2010년에는 ‘호모 모빌리스(Homo Mobilis:모바일을 통한 정보 습득 의존도가 매우 높은 현대인)를 수없이 양산해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곧바로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정신적 장애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기보다는 가상의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주변과의 소통 단절현상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시대의 편리함은 한편으로 스마트의 ‘노예’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마트폰 중독은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파괴한다. 눈높이보다 낮은 화면을 내려다보기 위해 고개를 장시간 숙이다 보면 걸릴 수 있는 ‘거북목 증후군’, 과도하게 스마트폰을 쓰다 손가락이 저리거나 엄지손가락에 통증을 느끼는 ‘손목터널증후군’ 등은 스마트 시대에 우리 몸이 치러야 할 혹독한 대가다.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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