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으로 복무 중이었던 아들이 억울하게 숨졌다는 어머니의 인터넷 게시글이 일파만파 확산되며 보는 이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이 글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아이디 ‘아지’라는 네티즌은 자신의 아들이 군대에 간지 9개월만에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다며 아들을 통해 전해들었다는 복무 기간 동안의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의 과정들을 써 내려갔다. 이 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A의경이 당한 구타, 가혹행위 등은 충격적이다.
‘아지’는 “(아들이) 군에 간지 3개월이 지나 처음으로 얼굴을 봤는데 귀가 잘 안들린다고 하고, 안경도 한쪽이 완전 벗겨지고 이상하단 생각이 들긴 들었지만 군의 상황을 잘 모르는 내가 상황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근데 그 모든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글에 따르면 A의경은 어느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아닌 메신저를 통한 대화를 원했다. 그리고 여기서 그는 어머니에게 다른 근무처로 가고 싶지만 갈 수 없게 됐다는 말을 전하며 ‘막내(신참)란 이유로 많이 맞고 있다’며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을 처음으로 토해냈다.
결국 ‘아지’는 구타로 인해 온몸이 멍든 아들이 휴가를 나왔을때 가족들이 상심할까봐 앞에서 목도리도 벗지 못했던 일, 안경이 손상된 이유, 장난으로 살짝 배를 쳤을 때 아들이 주저 앉았던 이유 등을 알게 됐다.
“어느 날은 보일러실로 불러서 아무도 없는데서 몇 시간을 때려놓고 하루종일 혼자 가둬놓기도 하면서 그속에서 움직이지를 못하게 했어요. 어느 날은 기대마(의경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로 불러서 아무 이유도 없이 선임이 화난다고 무려 35분이나 발로 짓밟았습니다. 제가 그 때 무슨 생각 한줄 아세요. '나 만물의 영장인 사람 맞나?' 이거였습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물을 안 먹이기도 합니다. 매일 매일 침대에서 팔굽혀펴기를 300번씩 합니다. 어느 날은 잠도 안재우고요. 엄마 저는 왜 살고 있을까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요즈음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아지’는 “2009년 12월 20일 밤 12시, 휴가 허락이 안난다 하더니만 전화해 갑자기 내일 휴가갑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뭔가 수상해
아빠가 아침 일찍부터 부대 앞에서 기다리니 완전 초죽음상태의 아이가 휘청거리면서 나오길래 그길로 병원에 응급실에 가서 건강검진을 하다말고 너무나 깜짝놀랄 일이 생겼다. 의사가 말하길 급성혈액암이었다. 아마 발병은 3개월쯤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A의경은 몇개월간의 투병생활을 한 끝에 지난해 6월 30일 오후 5시 10분쯤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사망했다.
‘아지’는 사연을 전하며 “내가 쓴 내용에 조금의 거짓도 없다. 난 카톨릭 신자다”라고 강조했다. 또 아들이 직접 작성했다는 미니홈피 일기를 첨부해 올렸다.
네티즌들은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분노하고 있다. 4일 오후 3시 현재 댓글을 1000개를 훌쩍 넘었다.
이와 관련해 충남지방경찰청은 합동조사반을 구성하는 등 A의경의 사망과 복무 중 구타와의 관계 등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의 주장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며 “당시 A의경과 함께 근무했던 의경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선임병이 가해자로 드러나면 법에 따라 처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