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대재앙 오판·은폐에서 시작됐나, 첫 신고자 “시간 조작됐다”

구제역 대재앙 오판·은폐에서 시작됐나, 첫 신고자 “시간 조작됐다”

기사승인 2011-01-09 14:11:00
[쿠키 사회] 구제역 첫 발생 보고 시간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이 경북 안동 구제역 최초 의심 신고자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이 첫 신고 당시 상황을 알리는 글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지난 4일 한 네티즌이 ‘안동 구제역 최초 의심 신고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은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네이트 판 등에 게재돼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우리 집 돼지가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건 (지난해) 11월 23일”이라며 “그날 아침 9시 30분쯤 안동시청에 신고했고, 10시 30분쯤 가축위생시험소 직원 4명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증상을 보이는 6마리 중 심해보이는 4마리에서 채혈과 발톱 사진 현황판 사진 등을 찍고, 간이키트 검사 결과 구제역 음성으로 판정이 나왔다”며 “그들은 구제역이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했지만 난 이왕 채혈했으니 위로 올려보내서 검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여기서 음성이 나오면 올려보내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가 키우던 새끼돼지 35마리기 죽어있었다. 그는 “처음 발견한 남편이 얘기해줬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로 전날 밤 12시까지 멀쩡하던 돼지들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죽어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을 발표한 건 지난해 11월 29일이다. 하지만 이 글에 따르면 첫 의심신고는 6일 전인 23일에 이뤄졌다.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 검역 당국은 의심 증상을 보인 돼지들에 대해 진단키트 간이검사만으로 잘못된 음성판정을 내려 초기대응에 실패, 사태를 키웠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농장에서 사육중인 모돈 6마리는 사료를 먹지 않고 그 중 4마리의 발톱과 발등사이 피부에 노르스름하게 곪은 것 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남편에게 사실을 알리고 방으로 들어와 인터넷과 양돈 책자에서 구제역 증상을 찾아본 후 신고를 했다.

이 네티즌이 남긴 글의 내용은 지난 7일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의 보도와도 일치한다. 보도에서는 더 나아가 검·방역 당국이 첫 의심신고한 농장주에게 의심증세 발병과 신고 날짜는 23일 아닌 28일로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보도에서 농장주 Y씨는 “23일 의심 신고 이후 (안동) 서현양돈단지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하자 최근 나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첫 의심 신고 날짜를 28일로 말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이 부탁에 따라 언론이나 묻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오히려 (구제역 감염 진원지로) 의심을 받는 핑곗거리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Y씨는 허위 진술을 종용한 기관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검·방역 당국은 초기 검역의 부실, 진단키트 간이검사 오판 등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첫 신고날짜 조작을 농장주에게 종용한 것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매일신문은 이 발언에 대한 근거로 일주일 전에 이미 첫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11월29일 현장을 찾은 유정복 농림수산부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한 구제역 발생 상황보고서에서는 누락돼 있으며, 3일 늦은 26일 인근 농장의 K씨가 첫 의심 신고자인 것처럼 작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당국이 첫 신고 후 만 이틀만에 방역대책에 나선 것으로 상황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Y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 관계자는 매일신문에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을 통해 초기 검역 실패의 책임으로 몰리면서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런 허위진술을 종용할 직원들이 어디있겠느냐”며 “정말 그렇다면 Y씨는 누가 전화를 했는지 밝혀 법적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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