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집단해고에 항의하며 농성 중인 홍익대학교 용역청소 노동자 감시에 학교 측이 학군단(ROTC)
소속 학생들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성 노동자 중 한 아주머니가 지난 9일 감시 중인 학생에게 "ROTC 학생이 아니냐. 이럴 수 있느냐"라며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렸고, 아주머니의 행동에 당황한 학생이 "아주머니 왜 이러세요"라며 무릎을 꿇었다 서로 일으켜주다를 반복한 모습이 목격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 측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일부에서는 "청소용역 노동자 감시에 학생을 이용한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주간이 아닌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상주 근무했으며, 농성 중인 본관은 4명, 기타 건물에서 1명씩 서는 걸로 전해졌다.
9일 밤 트위터에는 ‘농성장을 감시해오던 사람들이 ROTC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짤막한 글이 등장했고, 이 글은 게재된 즉시 RT(리트윗) 횟수 최상위권(followkr.com)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이 글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자신이 홍대 학생이라고 밝힌 한 목격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농성 현장을 감시하는 이들 중 머리가 짧고 얼굴이 어려보이는 이들이 교대로 나타나 노동조합원들이 의심을 품고 있었고, 결국 이들이 ROTC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모양”이라며 “이날 밤 조합원들이 이들을 붙잡고 학생이 맞느냐며 재차 물어봤지만 처음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노동자 아주머니가 ROTC 학생을 붙잡고 ‘우린 너희들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하라고 치워주는 사람들이다. 너무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학생까지 동원해서 이러느냐. 내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말을 하겠느냐’며 울면서 무릎을 꿇었고 이에 한 명이 학군단 후보생이 맞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 과정에서 학생도 당황하면서 같이 무릎을 꿇었다 아주머니를 일으켜주다를 반복하고 ‘죄송하다. 우리가 잘못했다’며 돌아가는 씁쓸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조합원 관계자는 “지난 3일부터 농성을 시작했고 4일부터 학생들이 감시를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7일에 보니까 한 친구의 말투나 인상이 학군단 후보생처럼 보였다”며 “농성자들 사이에서 학군단은 '준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시위 감시에 동원되는 건 옳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학교측은 ROTC 학생들이 그런 근무를 서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학교에서 학군단에 요청을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익대학교 관계자는 “ROTC로서가 아니라 그저 홍익대학교 학생으로서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140여명은 지난 3일부터 홍익대 문헌관 6층 총장실 앞에서 점거 농성을 벌여왔다. 이번 사태는 홍익대가 최근 용역업체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를 책정하자 용역업체가 입찰을 포기했고, 이에 대학 측이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170여명을 해고하면서 비롯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이용상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