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청년사업가였던 그가 ‘서본좌’되기까지…실제 구축 시장규모 수백억 될 듯

평범한 청년사업가였던 그가 ‘서본좌’되기까지…실제 구축 시장규모 수백억 될 듯

기사승인 2011-02-15 11:37:00
[쿠키 사회] 무려 3만여건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음란 동영상을 유포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서모(36)씨도 사회에 첫발을 대딛었을 땐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다. 작은 사업을 시작하며 여느 청년과 다를바 없이 성공을 꿈꾸던 그가 ‘서본좌’가 되기까지는 사업이 기울기 시작할때쯤 우연히 보게 된 음란물 서버 판매 광고가 발단이었다.

경찰은 “서씨는 폭행 전과가 있긴 하지만 성범죄나 음란물 배포 관련 전과는 없다”며 “정신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는 평범한 남성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2남 중 장남으로 경기도 소재 모 대학 건축과를 다녔다. 군제대 후 특별한 직업 없이 살던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의료기기 납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3년이 지나 사업은 조금씩 기울었고, 그는 다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2009년 7월쯤 인터넷에서 음란물 서버를 판다는 광고를 우연히 본 서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업자를 만나 서버를 3000만원에 사들였다. 서씨가 산 서버에는 이미 1만7000여개의 음란물 저장돼 있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서씨가 음란물을 유료로 배포한 곳은 성인PC방이 아니라 ‘전화방’이라는 것이 경찰관계자의 전언이다. 서버에는 음란물이 저장돼 있었을뿐만 아니라 업자가 전화방 업주들과 계약까지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결국 3000만원에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은 단순히 서버가 아닌 음란물 배포 사업을 할 ‘밥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서버는 소규모에 불과했고, 본격적으로 확장한 것은 서씨였다. 이후 서씨는 홀로 전국을 돌며 전화방 업주들을 상대로 영업을 시도했고, 매월 70~80여개 전화방에 안정적으로 서버를 공급했다. 14일 경찰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377개 업소는 누적 숫자다.

경찰은 전화방에서 서씨의 음란물을 받아 본 수십만명의 이용자 가운데 미성년자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허가제인 성인PC방과 달리 전화방이 ‘등록제’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도 출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서씨에게 서버를 넘긴 이전 업자를 추적 중이다.

서씨의 영업 과정은 주도면밀했다. 대포통장, 대포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그는 심지어 전화방 업주들과 거래할 때도 절대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씨는 경찰에 “한 명만 불어도 전부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해외 P2P 사이트를 넘나들며 음란물을 계속 업데이트했다. 심지어 수집한 자료를 전화방에 제공하기 편한 형태로 직접 편집까지 했다. 서씨는 의료기기 사업을 접을 때쯤 IT 산업에 진출할 생각으로 웹디자인 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이때 배운 노하우를 동영상 편집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씨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해외 곳곳에서 제작된 음란물을 아동포르노를 포함, 총 60개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그가 작성한 ‘음란물 파일명 일람표’만 A4 용지로 550여쪽에 달한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서씨가 벌어들인 돈은 통장에 찍힌 것만 1억4000만원이다. 하지만 기타 수입과 전화방의 부당이득 등을 고려하면 그가 구축한 전체 시장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서씨가 배포한 음란물 중 아동포르노로 추정되는 20개를 국과수에 의뢰, 그 중 1개의 등장인물이 확실하게 아동포르노라는 결과를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계자는 “나머지 다수의 음란물도 아동포르노일 가능성이 높지만, 일일이 감정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1개만 걸려도 아동포르노 배포 법 적용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전해지고 있다. 경찰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할 당시 국과수는 “우린 부검을 하지 이런 것을 하진 않는다”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또 경찰은 처음부터 서씨를 겨냥했던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아동 포르노나 음란물 유포자를 잡아보자”며 시작된 경찰 수사망에 서씨가 걸려들었고, 이는 결국 세간을 떠들썩 하게 한 ‘서본좌’ 사건이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전웅빈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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