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구제역 매몰로 인한 환경재앙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매몰된 가축들의 사체가 땅을 뚫고 튀어나오고, 핏물에 돼지 지방 침출수까지 유출되고 있다. 비단 환경뿐만 아니라 세균감염의 악순환까지 우려되고 있는 형국이다.
환경운동연합은 22일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연라리에 매몰된 돼지의 다리가 땅을 뚫고 나온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21일 촬영됐다. 이는 매몰된 돼지가 부패하면서 가스가 발생, 융기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을 조사한 여주환경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몰지 현장 전체에 가축들의 사체와 침출수가 발견되는 상황”이라며 “농장주들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또 세균감염 우려로 인해 일반인들은 멀리하고, 일부 공무원들만 가까이 가기 때문에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침출수 유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핏물 침출수가 작은 강줄기를 이루듯 흐르고 있고, 매몰된 돼지의 지방 침출수가 땅 위로 흘러나와 응고돼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위원장은 “빗물이 흘러들어가야 하는 약 1.5m 깊이의 도랑에 침출수가 흘러들어가 그 길이가 30~40m에 이르는 현장도 확인했다”며 “침출수내의 세균 등으로 땅 밑으로는 지하수 오염, 위로는 하천 오염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건 환경오염뿐만 아니다. 유출된 침출수로 인해 여타 짐승들과 애완동물은 물론 사람에게까지 세균감염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매몰지 현장에서 고라니가 나타나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 위원장은 “유출된 침출수는 고유기물로 짐승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먹거리”라며 “현장에서 고라니, 너구리의 발자국을 확인했다. 결국 세균 감염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며 “또 개로 추정되는 발자국도 봤다. 시골에서는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곳이 많지 않나. 그럼 결국 사람에게까지 침출수로 인한 병원성 세균 감염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의 상태를 비유하자면 잘못된 건물을 고치지 않고, 그 건물을 (공무원들이) 언제까지나 떠받치고 있으려고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침출수 유출은 이미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인천시 강화군에 따르면 구제역 매몰지 51곳 가운데 4곳에서 지난 1월부터 침출수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돼 군(郡)이 성토작업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 2932마리를 살처분해 군내에서는 그 규모가 가장 컸던 화도면 내리 박모씨 농장 매몰지에서 이달 초 침출수가 새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