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내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일본 정부가 얼마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약간의 의문이 제기된다”며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제 1원전 1호기 폭발 사고는 12일 오후 3시 36분쯤 발생했다. 이는 현지 언론과 외신을 통해 처음으로 전해졌고,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는 폭발이 발생한지 약 5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됐으며, 노심을 둘러싼 주요 차폐물의 붕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도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며 “주요 차폐물 붕괴 여부만이라도 재빨리 확인하고 발표했다면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공포에 떨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윤기돈 사무처장은 “폭발 소식이 처음 전해진 후 ‘외벽만 붕괴되고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는 손상되지 않았다’ 등의 중요 내용은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만한 부분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런 내용들을 5시간이나 지나 공식 발표해 사실을 은폐·축소하거나 사고관리에 뭔가 허점이 발생한 것이라는 인식을 국민과 주변국에 심어주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일본정부가 일본 국민과 주변국이 관심을 갖는 이번 사고에 대해 거의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현재 우리나라까지 방사선 물질이 날아올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를 나타냈다. 최악의 상황인 노심 핵심 차폐물의 파괴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대기중 확산 위험이 여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대책을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상청이 ‘바람이 주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불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다’라고 밝힌 것은 매우 안일한 자세라고 꼬집었다. 녹색연합은 현재 바람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불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일시적인 역류 현상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억되고 있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동유럽을 넘어 서방진영인 서유럽에 알려진 것은 사고 발생 이후 2주 가량의 시간이 지난 후다. 체르노빌의 방사능 오염 물질은 2000km 이상을 날아가서 북유럽과 중부유럽을 다 덮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우리나라 서울까지는 약 1240km 거리로 더 가깝다.
이날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원전 폭발 당시 인근에 있던 90명 전원이 피폭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폭발의 위험성에 대한 견해는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대학 재료공학부 로빈 그라임스 교수는 BBC에 출연해 “원전 외벽 건물이 무너졌다고 해도 내부 격납용기가 안전하다면 대규모 방사능 유출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 재단인 플라우셰어스 펀드의 조 시린시온 회장은 CNN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노심의 일부 용해에서 완전 용해로 가게 될 것이고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책연구소의 비핵화 전문가 로버트 알바레즈는 “일본이 지금 원자로에 바닷물을 퍼붓고 있는 것은 더이상 냉각수를 공급할 능력이 없는 데서 나오는 절망적 몸부림”이라고 말했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전 위원장 피터 브래드포트도 “원자로 냉각에 실패한다면 체르노빌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