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규모 9.0,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 13일 오후 7시 기준 사망 1500여명·실종자 2만여명…’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란 이름의 ‘수마(水魔)’는 ‘악몽’ 그 자체였다. 전세계인들의 응원과 도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앗아간 재앙은 일본인들을 공포와 좌절로 밀어넣고 있다.
이번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과 직후의 경험을 극명하게 담은 한 일본인 트위터리안이 트위터에 올려놓은 트윗 글들은 이같은 일본 국민들의 당혹스런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4일 오후 현재 그의 트윗을 팔로우(follow)하는 이들은 무려 9200명. 그의 글들이 지진 후에 얼마나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진 바로 전날인 10일
이번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센다이시로 이사왔다는 그는 “카레를 먹었다”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부터 “난 정말 죽고 싶지 않다”는 생명에 대한 절규까지를 겪어야 했던
단 24시간동안의 경험을 자신의 트위터에 펼쳐놓았다.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허우적 댄 ‘그때 그 순간’의 일본인들 모습을 응축시켜 놓은 것과 같다.
“카나자와…좋은 동네였다….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카나자와”
그는 이시카와현의 카나자와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10일 오전 1시 52분에 올라왔다. 떠나는 날 새벽에 정든 동네에 트위터로 작별인사를 한 그는 약 이틀 후 세계 역사에 기록될 대재앙의 현장 한 가운데 자신이 서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센다이에 도착했다”
센다이로 이사와서 트위터에 처음 글을 올렸다. 그는 웃음을 의미하는 이모티콘((^^))을 곁들여가며 새로운 삶의 터전에 대한 설레임과 기쁨을 표시했다. 이때가 10일 오전 11시 22분이다. 그는 “눈(雪)의 질이 다르다”며 새 동네에 대한 소감을 표현했다.
“지금부터 혼자 차 보러 다녀온다”
10일 오후 3시 20분, 센다이시로 이사온 후 차를 사러 갔다. 그가 원하는 차 색깔은 쵸콜릿이었다. 이후 오후 6시 39분 차에 대한 지식이 전혀없는 그는 차에 탑승도 해보고 계약도 했다며 좋아했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차를 구입하는 20~30대 젊은이로 보인다.
이렇듯 평범한 서민의 일상이 진솔하게 써내려간 그의 트위터는 다음날 오후 3시가 지나며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힌, 그와 동시에 살 수 있다고 자위하며 생명 앞에 절박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이 묘사되기 시작한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11일 오후 3시 20분. 대지진 발생 30여분 후, 그는 처음으로 죽음을 언급했다. 이때부터 그의 트윗 글들간의 시간 간격은 10분, 5분, 3분 등으로 짧아진다.
“우리집은 신축이기 때문에 무사하다. 해일이 온 단다. 아버지가 휠체어를 사용하시기 때문에 피난을 갈 수가 없다”
“아, 정전이다. 캄캄하다. 수도물도 사용할 수 없다. 춥다. (하지만) 부모님은 무사하다. 잘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쓰나미는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내 찾아온 바닷물 벼락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끝자락마저 앗아가버린다. 지진이 발생한 후 처음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린지 약 2시간이 지나 그는 “쓰나미가 왔다”고 알렸고, 4분뒤 “죽고 싶지 않아”, 다시 4분뒤 “정말…이제 끝났어”라고 절망한다. 그리고 11분뒤 “쓰나미 무서워”라며, 5분뒤 “눈물이 나온다”며 절망과 공포의 도가니로 밀려 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표현했다.
“누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가족을 걱정한 그는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처음 말한 후 약 3시간 30분이 지나 “죽고싶지 않아”라며 마지막 트윗글을 올렸다. 이후 더 이상 그의 트윗글은 없다.
그가 마지막 글을 쓰기 약 40분 전 남겨놓은 글대로 11일은 “인생 최고의 날이 인생 최악의 날”이 돼버리고 말았다. 트위터 아이디(@uchida*****)로 미뤄보아 이름이 ‘우치다’로 추정되는 그는 지금 과연 어떻게 됐을까. 지진 피해가 복구되고 안정을 되찾을 때쯤 그의 트위터에서 “돌아왔다”라는 밝은 글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한일 양국 네티즌들은 굳게 믿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