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최근 일본에서는 한 네티즌의 ‘파혼 사연’이 열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네티즌이 올린 사연이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연인 사이에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로 인한 이별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 자신을 후쿠시마 현민이라는 소개한 한 네티즌의 사연이 게재됐다.
그는 “간사이에 사는 남자친구로부터 파혼 통보를 받았다”며 슬퍼했다.
그는 “남자친구와 같은 대학의클럽에서 교제를 시작해 졸업 후 서로 직장이 멀어 떨어져 있었다”며 “이틀 이상의 휴일이 생기면 어느 쪽이 됐던 상대방이 있는 곳을 방문하는 식으로 만남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갑자기 헤어질만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글에 따르면 그들은 상대방 부모님께 인사도 마쳤고, 올해 안에 결혼할 예정이었던 다정한 연인이었다. 대지진의 악몽이 찾아왔지만 다행히 그를 포함해 가족·친지 모두 무사했다. 그래도 남자친구는 전화·문자메시지 등으로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걱정하고 위로했다. 그런데 이렇게 든든하기만 했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별다른 이유도 말하지 않고 헤어지고 싶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그가 추측하는 이유는 바로 대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다. 그는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고 괴로워했다. 그의 추측대로라면 남자친구는 방사능 유출 피해가 우려되는 여성과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는 “만약 이런 이유로 헤어진 것이라면 저는 일생 후쿠시마현 여자이니까 결혼이나 연애는 안될 것 같아 무섭다”며 “부모님께도 파혼 당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절망하며 글을 마쳤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댓글을 달며 위로하고 있다. “이유를 꼭 제대로 물어봐야 한다. 혼자만의 추측으로 절망해선 안 된다”고 조언을 해 주는 이도 있고, “추측이 맞다면 그런 이유로 약혼녀를 버리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 더 잘된 것일지 모른다.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네티즌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이별을 전하는 그도 매우 괴로웠을 것”이라며 같이 안타까워했고, 또 다른 이는 “그 이유가 맞다면 과장 보도로 시청자들을 세뇌시켜버린 언론도 욕 먹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선 후쿠시마현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차별 문제는 사회적 우려가 돼가고 있다.
지난 19일 NHK 방송이 전한 숙박 거부 사건이 대표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피난을 떠난 이곳 주민들이 인근 호텔이나 여관에 갔다가 숙박이 거부됐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후쿠시마현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업소들이 숙박을 거절할 수 없도록 지도해달라고 도도부현(지방자치단체)에 통지했다.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국 조사결과 후쿠시마현에 사는 주민 4만2440명 중 67명만 옷 등에서 방사선이 검출됐고, 이마저도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수준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