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7대 자연경관투표는 대국민사기극?… 재단 측 루머는 사실무근 일축

세계7대 자연경관투표는 대국민사기극?… 재단 측 루머는 사실무근 일축

기사승인 2011-04-03 17:20:01

[쿠키 사회]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사기극’이라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러 @AF12**가 지난 27일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문서를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부터다.

@AF12**는 문서를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외 재단의 이벤트에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들의 표몰이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위터는 물론 인터넷에선 문서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기 시작했고 투표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의혹 투성이 재단에 투자하는 대신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산적인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문이 확산되고 있지만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는 무사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해명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에 나섰을 때도 재단과 관련한 기본적인 자료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었다. 뉴세븐원더스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사업을 추진한 셈이다.

추진위 측은 “직원이 5명 밖에 안 돼서 그렇다”며 하소연했다.

◇제기되는 의혹들=@AF12**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의문점을 조목조목 파헤쳤다.

재단 소개서를 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과 동일한 형태의 기구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스폰서 등으로 운영하는 비정부기구라는 뜻이다.

그러나 @AF12**는 “문화재 유산 등을 지정하는 유네스코가 2007년 재단에서 불가사의 선정 투표를 진행하자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면서 “믿을 수 없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어 후보지 국가들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2007년 불가사의 후보지였던 이집트·이탈리아와 현재 자연경관 후보지인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재단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재단이 2007년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MDGs)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유엔과 어떤 긴밀한 관계인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맞받았다.


여기에 재단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투표가 홈페이지에서 버젓이 진행되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은 더 거세졌다.

재단의 수익구조도 의문투성이였다. 전화투표를 독려해 통신 수익을 재단 쪽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시는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의 전화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제주도의 한 휴양림은 전화투표를 50통 이상하면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겠다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인도 영자지 ‘더 파이오니어’는 2007년 6월 16일자 ‘신(新) 세계7대 불가사의 선정은 돈벌이 책략(‘New list’ of wonders a moneymaking)’ 기사에서 당시 인도가 타지마할을 ‘세계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게 하기 위한 통신회사들의 주도로 조직적인 움직임들이 이뤄졌는지를 고발한 바 있다.

이 트위터러는 현재 전화투표를 위해 KT가 뉴세븐원더스와 협력 관계를 체결해 국제 전화 통화료의 10% 수준인 130여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시가 목표로 세운 투표 1만건에서 절반만 전화로 투표해도 총 72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재단이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챙긴다는 설명이다.

중복 투표가 가능해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07년 LA타임스는 ‘명백히 비과학적인(decidedly unscientific) 투표’라고 했다.

뉴세븐원더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똥은 추진위로 튀었다. 추진위가 국민들을 선동해 뉴세븐원더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블로거는 “제주도는 세계최초이자 유일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인데 이는 제대로 홍보하지 않고 있으면서, 민간단체가 벌이고 있는 수익사업에 국민의 세금과 통신비를 갈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르고 하는 소리=뉴세븐원더스는 네티즌들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국 내에서 재단의 정체성을 두고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는 자료와 함께 재단 등록서를 보내왔다. 재단등록서는 외부에 노출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재단은 스위스에 정식으로 등록된 비영리 재단으로 스위스의 재단 규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유수의 재단들과 스포츠 단체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어 재단은 “늘 새로운 활동을 할 때면 이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전 세계 언론의 뉴스 중 부정적 의견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미디어 담당자는 뉴세븐원더스와의 파트너십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뉴세븐원더스와 MDGs간 파트너십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We have not heard about a partnership between New7Wonders and the MDGs)’는 답변을 보냈다. 그러나 현재 유엔홈페이지 외부파트너(outpartner)엔 뉴세븐원더스의 이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유엔 측 미디어 담당자의 업무상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뉴세븐원더스의 효과에 의문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도 각 국가별 관광객 증가 현황을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다이제스트는 2008년까지 정체를 보였던 코모도국립공원의 방문객이 후보지로 선정된 뒤 2009년 배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데일리스타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2010년 1분기 외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23% 증가폭을 보였다고 전했다. 브라질 지방자치 관광청의 필리페 곤잘레소스는 이과수 폭포가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관광객이 2008년보다 2009년 18.5%나 늘었다고 밝혔다.

기금 출연 방식도 설명했다. 이 재단은 다른 재단과 달리 정부 지원, 후원을 별도로 받지 않기 때문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후원, 라이센싱 관리, 전화수입 등으로 운영 경비를 충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상업적 활동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상업적 활동을 총괄해주는 자회사(New Open World Corporation)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재단은 수익의 50%를 기부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전화투표로 72억여원을 벌어들일 것이란 예측도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KT측은 현재 28개국 중 두 번째로 싼 통신료로 전화투표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통신업체와 KT, 뉴세븐원더스 3곳이 수익금을 나눠야 한다. KT는 전화를 해도 영어 메시지가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투표를 포기해 실제로 전화투표 건수가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KT는 뉴세븐원더스와의 계약에 따라 정확한 투표 건수와 전화수익금을 배분하는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부정적인 뉴스와 관련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특히 비난 여론에 앞장서고 있는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11월 11일 세계7대 자연경관 발표 개최지로 신청했지만 비용 문제가 발생하면서 재단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한때 인도네시아 후보지인 코모도를 빼겠다는 소문도 돌았다.

재단 측은 “인도네시아 정부기관은 정직하지 못하게 행동했고 재단은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대응했다”면서 “코모도가 후보지로는 남았지만 정부의 공식 후원위원회와의 관계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재단은 또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언론에 많은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재단은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보다 영향력이 작아 정확한 반박기사를 내보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정적인 투표 이벤트가 재단 홈페이지에 오른 것과 관련해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이벤트 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재단은 2007년 불가사의 선정과 2011년 자연경관 선정 두개만 공식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후보지 투표가 끝나는 대로 후손에게 지구의 자연과 유산을 유지하고 남겨줄 수 있는 박물관 건립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재단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직접 재단과 연락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서 이메일 주소도 첨부했다. 인터넷 문화를 활용하자는 취지에 맞게 전화나 우편보다는 이메일을 선호한다고도 했다.



추진위도 근거 없는 루머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는 비영리 재단이고 국가 차원의 지원도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다”면서 “5명 직원이 있는 사무실 비용도 사무총장이 자비로 대는 등 제대로 지원조차 못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운찬 위원장이 일본 출장 간 것도 운영자금이 아니라 일본 측 추진위원회에서 사비를 털어서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추진위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전했다.

박대석 사무국장은 “추진위가 발족하고 바로 다음날 중국에서 무역업을 한다는 남성이 전화를 걸어 투표에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다음날 사무실을 찾은 이 남자는 “자신이 3000만표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전화 1통 당 200원씩 달라”고 요구했다.

박 국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우리는 선정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미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운영하는 자연환경 3개 분야의 3관왕에 오른 세계 최초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곳인 만큼 이런 세계적인 이벤트를 통해 제주도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뉴세븐원더스 재단은 2007년 신(新)세계 7대 불가사의를 선정한 데 이어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투표를 진행 중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총 28개 후보군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브라질의 아마존,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 이스라엘·요르단의 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테이블 마운틴, 뉴질랜드의 밀퍼드 사운드,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등이 후보지다.

이 프로젝트는 전화와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세계에서 자연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7곳을 고르게 된다. 오는 11월 11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유니세프 트리플 크라운에 이어 뉴세븐원더스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지난해 12월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추진위는 정운찬 위원장이 이끌고 있으며 올 초부터 김윤옥 여사가 명예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경우 최대 80%의 관광객이 더 오고 연간 1억5000만원 정도의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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