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장례식날 서장앞으로 배달된 편지

경찰관 장례식날 서장앞으로 배달된 편지

기사승인 2011-04-07 17:53:01

[쿠키 사회] 6일 오전 7시 경북 영천시 금호읍 원제리 영천경찰서에는 영정사진을 앞세운 장례행렬이 한바퀴 돌아 나갔다.

영정 속의 주인공은 영천경찰서 대창파출소에 근무하던 고(故) 최승한(42·사진) 경사였다.

최 경사는 지난 4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길에 중앙선을 넘어온 택시에 치여 유명을 달리했다.

유독 마음이 따뜻하고 유능했던 젊은 경찰관을 떠나보낸 직원들의 슬픔은 더했다.

최 경사의 영정이 떠나고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던 오전 9시쯤 경찰서장 앞으로 편지 한통(사진)이 도착했다.

우편물을 정리하던 경무과 직원들은 편지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영천시 대창1리 박기탁(70)씨라고 자신을 소개한 편지에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한파가 극성을 부리던 어느 날 아픈 다리를 이끌고 길을 가던 자신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태워줬던 경찰관을 잊지 못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편지에서 마음이 따뜻한 이 경찰관에게 서장님이 표창을 주고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박씨가 편지에서 가슴이 따뜻한 경찰관이라고 지목했던 사람이 바로 그날 장례식을 치른 최 경사였다.

박씨는 온정을 베푼 경찰관이 바로 오늘 아침 사랑하는 가족들 곁을 떠나 버린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다소 늦은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1998년 경찰에 입문한 최 경사는 아내(37)와 초교 6학년인 아들, 초교 2학년인 딸을 뒀다.

영천경찰서 경무과 이성희 경위는 “우리 직원들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갑자기 데려가는 걸 보니 하늘나라에도 선량하고 배려심 많은 젊은 경찰이 필요한 것 같다”며 애통해 했다. 영천=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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