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최철원 전 대표는 지난 7일 2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가 “최씨가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제부터 재벌 회장이 물의를 일으키면 사회적 지탄도 하면 안되겠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즉, 재판부가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8일 공개된 판결문에는 ‘사회적 지탄’이란 표현 자체가 거론돼 있지 않다. 판결문에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합의를 이뤄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국(46)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잘못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날 조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철원 ‘맷값 폭행’ 판결문을 보니 ‘사회적 지탄’ 운운은 없었다”며 “담당 판사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양형사유로 설명하면서,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지탄은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잘못 보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말대로라면 “(합의를 했기 때문에 집행유예 판결은 내리지만) 사회적 지탄은 감수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결 당시 발언이 “이미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로 왜곡돼 퍼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완전히 반대로 해석된 발언이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을 통해 보도된 ‘촌극’이 빚어진 셈이다.
조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소식을 접하고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재판부 등에 전부 확인해보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라며 “알아보니 판결 당시 현장에는 기자가 1명 밖에 없었고, 그가 잘못 듣고 쓴 기사를 다른 매체들도 받아쓰면서 일파만파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물론 최 전 대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재판부가 공격 당하고 있는 건 잘못됐다”며 “재판부는 1심이 끝나고 최 전 대표가 신청한 보석도 기각했다. 이것만 봐도 봐주기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 폭행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질 경우 집행유예를 내리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와 별도로 최철원에게 방망이로 맞고 ‘합의’를 해주었던 피해 노동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며 “최철원은 1심 기간 동안은 구금돼 있었지만, 결국은 ‘돈’으로 자유를 얻었으니까. ‘학습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라고 이 사건에 대한 소견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