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동 SK텔레콤 네트워크 CIC 사장은 지난달 19일 SK텔레콤 분당사옥에 열린 4세대(4G) 네트워크 시연회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고객과의 약속”이라며 “이를 지키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의무고, 일단 해보고 나중에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폐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내가) 마케팅부문장이었을 당시 이름을 걸고 고객과 한 약속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기존 서비스를 안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무제한 요금제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배 사장뿐만이 아니다. 안승윤 SK텔레콤 경영기획실장(CFO)도 지난 4일 2011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무제한 요금제는 SK텔레콤의 3G 네트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출시한 것으로 지금도 경쟁 우위 효과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8일 오전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월내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방통위와 SK텔레콤이 협의 중”이라고 보도하자 SK텔레콤은 이를 일단 부인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8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검토한 적 없다는 배 사장의 말은 맞다”며 “최근 기지국 용량을 두배로 늘리는 등 데이터 수용 설비 증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금제 폐지 문의가 들어오면 ‘검토한 적 없다’고 대답하면 된다는 윗선의 공식 지시까지 내려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그동안 데이터 이용 폭증과 통화품질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요금제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성을 갖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들은 요금제 폐지 소식에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가입자 뺏기에 혈안이 돼 현실성 없는 요금제를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시작한 상황이다. ‘고객 무시’, ‘소비자 기만’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편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대체할 새 요금제로 ‘모듈형 요금제’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형 요금제’는 이용자가 음성과 데이터, 문자 사용량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