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 “차범석 선생님의 ‘산불’은 연극 시작하게 한 귀한 작품”

강부자 “차범석 선생님의 ‘산불’은 연극 시작하게 한 귀한 작품”

기사승인 2011-05-12 17:47:00

[쿠키 문화] 배우 강부자가 연극 ‘산불’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원작자인 고 차범석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열린 연극 ‘산불’ 제작발표회에서다.

1966년부터 ‘산불’ 공연과 함께해 온 강부자는 “제가 1962년 KBS 남산 시절에 데뷔했는데, 그해 10월에 차범석 선생님이 대표로 있던 극단 산하의 제2회 공연 ‘청기와집’이라는 작품에 섭외 제의가 들어왔다”며 고 차범석 작가와의 첫 만남을 소개했다.

이어 “연기자로 막 발을 내딛었는데, 그런 제의가 들어와서 너무 행복했다. 그 때부터 시작해 극단 산하가 공중분해할 때까지 차 선생님하고 연극을 했다”며 “‘산불’ 초연에는 참여를 못했고, 그다음 공연(1966년)부터 ‘최씨’ 역으로 참여했다. 제가 젊었음에도 ‘사월이’나 ‘점례’를 맡지 않고, 나이 든 ‘최씨’나 ‘양씨’역을 했다”고 회상했다.

‘산불’과 고 차범석 작가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너무나 행복했던 것이 (‘산불’) 공연을 하면서 한 번도 차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없다. 제가 전라도 사람이 아닌데도, 전라도 말투를 잘 따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산불’은 제가 연극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한 귀한 작품”이라며 고인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애정이 커서인지 숱하게 섰을 ‘산불’ 무대임에도 마치 신인처럼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 주위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임영웅 선생님하고는 이번까지 세 번째 ‘산불’ 공연을 한다. 제 눈앞에는 ‘산불’의 장면이, 동네가, 대사가 훤한데도 매번 고민이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양씨’를 하는데, 조금 다른 ‘양씨’를 표현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산불’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여자들만 남은 과부 마을에 한 남자가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과부 여인들의 심리와 욕망’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차범석 작가의 대표작이다.

2011년 ‘산불’의 연출은 임영웅 산울림소극장 대표가 맡았다. 임 연출은 1970년 처음 ‘산불’을 연출했고, 지난 2007년 고 차범석 추모공연 때도 연출을 맡아 ‘산불’과의 인연이 깊다.

임 연출은 “‘산불’은 196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당시 이 작품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유리창이 깨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고 들었다”고 소개한 뒤 “이 작품을 만난 것은 1970년 세계펜클럽 대회가 한국에서 열렸던 때였는데, 외국 작가들에게 대표적 한국 연극을 보여 줘야 한다고 해서 연극협회가 주최하고 연극계 합동으로 공연했던 것이 바로 ‘산불’이다”라고 작품이 지니는 무게감을 알렸다.

이어 “당시(1970년) 차범석 선생님이 저 보고 연출을 하라고 하셔서 사양했다가, 젊은 연출가가 새롭게 해야 한다고 하셔서 연출을 맡았다”면서 “‘산불’을 반공 작품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2005년에 연출할 때는 재해석에 노력을 가했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것이 전쟁이니까, 없어져야 한다는 본래의 테마로 돌아갔다”고 ‘산불’과의 인연과 연출 역사를 설명했다.

임 연출은 끝으로 “이 작품은 눈 내리는 장면과 마지막에 배 밭에서 불이 나는 게 장관인데, 그동안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이라는 좁은 곳에서 하느라 제대로 못했다. 이번에는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제대로 구현해 연극 같은 연극을 봤다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드리고자 노력했다”며 한층 발전된 무대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배우 강부자, 조민기, 장영남, 서은경, 권복순이 출연하는 ‘산불’은 6월 5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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