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라인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유성기업이 파업과 직장폐쇄로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올해 초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을 놓고 노사가 대립해왔다. 지난 18일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자 회사가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유성기업은 1959년에 창업, 충남 아산에 본사를 둔 자동차 엔진부품 전문생산업체다. 전 세계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전체 종업원 수는 761명이다. 국내 피스톤링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299억원이다.
사측은 현장에 관리직을 투입해 생산 재개를 시도했지만, 조합원과 일부 노동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은 폐쇄된 공장 정문을 뚫고 생산라인 등 회사 전체를 점거한 채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유성기업이 완성차업체들에 납품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은 피스톤링, 캠 샤프트, 실린더라이너 등 엔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기아차는 피스톤링의 70%, 한국지엠은 50%, 르노삼성은 일부 모델에 쓰이는 캠샤프트의 전량을 유성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현재 기아차 소하리공장 카니발라인에서 피스톤링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지난 20일 야간근무조부터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는 또 투싼ix,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을 생산하는 울산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에서 22일 특근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기아차는 유성기업의 생산이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승용차와 상용차 전 차종의 생산이 오는 24일이나 25일부터 전면적인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닝과 베르나 등 소형 일부 차종은 다른 부품사인 대한이연으로부터 납품받아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대체 공급이 가능한 대한이연이 현재 추가 납품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사태가 정상화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지엠은 부평과 군산의 엔진공장에서 피스톤링의 절반 정도를 유성기업으로부터 받고 있다. 재고가 일주일분 정도 남아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의 SM5 2.0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 부품 캠 샤프트의 100%를 유성기업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현재 재고여유분은 4일밖에 되지 않아 내주 중에는 생산 차질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체어맨 등 가솔린 차량의 엔진 피스톤링을 유성기업으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재고는 7월 중순까지 남아있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유성기업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최근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급성장하며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국 완성차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연관 산업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