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곁을 50년 넘게 지키고 있는 필립공이 9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여왕의 배우자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 털어놨다. 그의 정식 호칭은 에든버러 공작 필립 마운트배튼이다.
그는 “전례가 없어 쉽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도 아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며 외조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여왕보다 눈에 띄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숨어 지낼 수만도 없는 어려운 자리였기에 그는 “스스로 여왕 배우자의 교본을 만들어가며 여태까지 왔다”고 얘기했다.
그리스 왕족으로 1921년 태어난 필립공은 그리스 왕정이 폐지되면서 10세 때 영국으로 건너왔다. 다트머스 해군대학 사관후보생 시절인 1939년 국왕 조지 6세와 함께 학교를 방문한 13세의 엘리자베스 공주를 처음 만났다. 엘리자베스 공주가 훤칠하고 활기찬 필립공에게 반해, 계속 편지를 보내며 둘은 사랑을 키웠다. 엘리자베스가 20세 되던 해인 1946년 청혼했지만 결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필립공이 그리스 정교회 신자인데다, 그의 누나들이 결혼한 독일 왕족들이 나치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결국 필립공은 영국인으로 귀화해 이듬해인 1947년 결혼식을 올렸다.
필립공은 여왕의 남편으로서 자선 단체 활동을 중심으로 800개가 넘는 기관의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자신의 작위명을 딴 ‘듀크 오브 에든버러상’이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초창기 환경운동도 활발하게 이끌었다. 세계야생동물기금의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