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고대 의대생 구속…“의사면허 결격 사유 안돼” 출교요구 여전

성추행 고대 의대생 구속…“의사면허 결격 사유 안돼” 출교요구 여전

기사승인 2011-06-17 16:18:00
[쿠키 사회]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제추행)를 받고 있는 고려대학교 의대생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7일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MT에 같이 간 동기 여학생과 술을 마시다 이 학생이 취해 잠든 사이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들이 명문대 학생이라는 점, 여전히 사회에서 최고의 지성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의사가 될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을 준 이 사건은 큰 충격만큼 파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미래에 의사가 되도록 놔둬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구속 전력이 의사 면허 취득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이 ‘성범죄’ 혐의로 인한 구속 전력이 있더라도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의사 면허의 결격 사유를 다루고 있는 법적 근거는 의료법 제8조다. 여기서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질환자(다만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함), 마약·대마·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 형법에서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지역보건법’,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 조치법’,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혈액관리법’,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약사법’, ‘모자보건법’,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도 의료인이 될 수 없다.

즉, 성범죄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는 의료인 결격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낸바 있는 이동필 변호사(내과 전문의)는 “출교가 이 학생들이 의사가 되지 못하는 유일한 조치”라며 “구속으로 인해 퇴학이 된다해도 형기를 마치고 나와 복학을 통해 얼마든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의료인의 성범죄로 인한 의사면허 박탈 여부 문제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 논란거리였다.

대표적인 예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지난 2007년 성폭력 범죄를 일으킨 의사의 면허취소와 면허재교부 제한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된 바 있다. 반대하는 측 입장의 골자는 의사가 의료행위 중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관련법령에 의거한 법정형량을 부과받고 있기 때문에 면허 박탈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면허취소 요건으로 의료인의 성범죄를 추가하고 면허 재교부를 영구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개정안에서는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환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형벌 이외에도 사회방위 필요성에 따라 같은 직종에 종사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현직 의료인이 아닌 피교육자인 예비 의료인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려운 문제다. 이들이 아직 사회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조건 의사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 상응한 법적처벌을 받고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기성세대가 가져야 할 더 적합한 의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 여의사 협회는 지난 16일 학교와 수사당국의 엄정한 조치를 촉구하면서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과대학 내에서의 생명윤리뿐 아니라 직업윤리, 그리고 생활 속에서의 성폭력 예방을 포함한 실질적이고도 고도의 성찰을 요하는 교육의 강화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가해학생들을 ‘출교’시켜야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지난 8일부터 한 트위터 사용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가해자들의 출교 요구 릴레이 1인 시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려대가 가해학생을 출교조치로 징계해야 하며 의료계에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학교육에 있어서 윤리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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