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노래만 안 하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양희은 “노래만 안 하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기사승인 2011-06-24 11:32:01

[쿠키 문화] 데뷔 40주년 기념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가수 양희은이 자신의 노래 인생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성산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 제작발표회에서다. 양희은은 공연명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만큼 왔니’(1981년)는 과거 14개월 동안 무전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암수술을 받은 뒤 3개월만 산다고 선고받았을 때 송창식 선배가 만들어 준 곡이다. 사실 그 앨범은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고 사장됐다. 그 노래를 딱히 많이 불러 본 기억은 없지만 뮤지컬 제목을 정할 때 먼저 떠올랐다. 사실 저는 항상 ‘노래를 왜 원하는가’라는 고민을 했다. 노래가 힘겹고 풀기 어려운 숙제 같았다. 노래로부터 도망을 다녔다. 그래서 노래만 안 하고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가 부담이라서 라디오(진행자)로 도망가서 숨었다. 라디오는 고향 같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라디오 진행을 하는 공과 노력을 노래에 들였다면 어떤 가수가 되어 있었을까 하는 후회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쯤에서 한번쯤 되돌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 어디쯤 와 있는 것이니’라고 제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같이 자리한 동생 양희경은 “언니의 노래 인생 40년의 시작은 본의 아니게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노래를 즐기면서 할 수 없었던 가수 양희은이었다. 그러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노래의 맛은 달라졌고 40대 후반부터는 노래를 즐기기 시작하려 노력했다. 몸과 마음이 같이 따라준 것은 50대 중반부터이고 사실 이제부터 제대로 된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니의 노래 인생에 대해 술회했다. 이어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40주년을 계기로 앞으로 50주년, 60주년을 언니가 많은 사람들과 같이 했으면 한다. 이번에 그 첫발을 잘 디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디만큼 왔니’는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양희은의 음악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1971년 ‘아침이슬’을 타이틀로 한 ‘한 고운 노래 모음 1집’으로 데뷔한 양희은은 이후 22장의 앨범(데뷔 30주년 기념앨범, 김민기 헌정음반 등 포함)을 냈고 지금까지도 라디오 진행, 콘서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종일 감독은 “특정 가수의 노래가 뮤지컬로 만들어진 경우는 국내외에서 종종 있었지만, 가수 본인이 출연해서 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없었던 것 같다”면서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자전적 뮤지컬이 쉽지 않은데 이게 가능했던 것은 양희은이 살아온 삶의 드라마에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본 작업을 하면서 실제로 없었던 일을 가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뮤지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시절의 양희은을 연기하는 배우로 이하나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이하나는 양희은과 함께 ‘아침이슬’을 불렀다.

이하나는 “너무나 대(大)선배님, 선생님이시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이 됐다. 혹시나 제가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두려움을 갖고 있다. 본 공연 전까지 선생님과 작업하면서 선생님이 부르는 감정을 제가 많이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희경은 “이하나 양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끌렸고 무엇보다 젊은 날의 양희은과 흡사해서 뽑게 됐다. 젊은 친구들이 가수 양희은과 흡사한 목소리를 연기하는 것은 어렵다. 언니 목소리가 듣기에는 시원하지만 흉내 내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애로 사항이 많은데, (이하나 양은) 젊은 양희은의 목소리를 닮았다. 그 시절 양희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 드리기 위해 일부러 이하나 양의 긴 머리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 물론 젊은 날의 언니보다는 체격이 조금 작다”고 이하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양희은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2시간여 동안 펼쳐지는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는 양희은, 양희경, 이하나 등이 출연하며 오는 7월 19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상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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