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은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이라는 중책을 안고 그 달 20일 공식 취임했다. 김 총장은 취임식에서 “정정당당하고 세련된 수사로 수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 수사는 신사답게 페어플레이 정신과 명예, 배려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조직 개혁에 착수했다. 검찰 내에서 특수통, 공안통 등 이른바 ‘통(通)’으로 나뉘는 전통적 경력 구분을 깨는 인사 실험을 했고, ‘별건(別件) 수사’를 없애겠다고 선언했으며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한 검사 토론회도 연달아 개최했다. 검찰에서는 처음으로 화상회의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찰시민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검찰 내부 및 대 국민 소통 강화에 애썼다.
이런 김 총장에 대한 평가는 취임 초기부터 크게 엇갈렸다. 기존 검찰 총수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와 격식을 따지지 않는 업무 스타일을 두고 새로운 검찰상을 세우는 데 적격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거침없는 입담과 즉흥적 행동에 대해서는 ‘4차원 총장’ ‘럭비공 총장’ 등의 다소 냉소적 비판도 나왔다. 특히 지난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광우병 문제를 보도한 MBC PD수첩 사건 등에 대해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이 나오자 큰 수사를 많이 경험해 보지 않은 비주류 출신 총장의 한계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 총장은 취임 중반을 넘어서면서 외부로부터의 검찰개혁 압력에 대응하는 데 부심해야 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상설 특별검사제 도입,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의 논의를 본격화 하던 지난해 5월 사법연수원 강연에서 “(검찰) 권력을 쪼개서 남을 주든지, 새 권력을 더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3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중수부 수사 권한 폐지를 합의하자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데 갑자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면 상륙부대들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강하게 반발, 결과적으로 중수부를 지켜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에서 수정돼 통과되고 대검 간부들의 집단 사의 표명이라는 돌발 변수에 부딪혀 임기 46일을 남기고 끝내 자진 퇴임했다.
김 총장은 1년 10개월여의 재임 기간 내내 전임 대통령의 사망과 이에 따른 검찰 개혁이라는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았던 검찰 조직을 재정비하고, 검찰 수사 패러다임에 변화 움직임을 불어 넣은 점은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대검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수사와 조직운영 측면에서 상황 판단이나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