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를 발사한 김민찬(19) 상병은 이날 경계근무를 서고 있지 않았으며 이날 오전 10시쯤 주간 근무자가 임무교대를 할 때 상황실 총기거치대에 있던 K-2 소총과 실탄, 수류탄을 절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병대의 총기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기가 없어진 뒤 사건이 발생한 11시50분까지 무려 1시간50분가량 동안 이를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총기관리만 제대로 했더라도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병대는 김 상병의 정확한 범행동기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김 상병이 수류탄 폭발로 안면을 다쳐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진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김 상병이 수도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난동을 부려 진정제를 투입하기도 했다”며 “의식은 있지만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난동을 부리려는 자세로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9일 입대한 김 상병은 9월 해안소초로 배치됐으며 그간 문제를 일으킨 기록이 없이 비교적 착실하게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대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군인들은 집안문제 등 개인 처지를 비관하거나 부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임병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해병대는 부대원들을 상대로 김 상병에 대한 집단따돌림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김 상병이 계급에 비해 나이가 어린 점에서 소대원들로부터 무시를 당한 것에 불만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해병대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잇단 사고와 비리문제로 해병대의 기강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총기난사 사건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에는 강화군 교동도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들이 민항기를 적기로 오인해 예광탄과 소총으로 경고사격을 가했다. 앞서 15일에는 백령도 해병대 6연대에서 이모 상병이 자신의 개인화기인 K-2 소총 실탄에 맞아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훈련 강도가 강해지고 오랜 기간 높은 긴장도가 유지되면서 일선 부대 내 피로가 누적된 것도 사고발생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