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비주얼 감성 록밴드’ 디어클라우드, 진화해서 반갑고 같은 자리여서 고맙다

[쿠키人터뷰] ‘비주얼 감성 록밴드’ 디어클라우드, 진화해서 반갑고 같은 자리여서 고맙다

기사승인 2011-07-08 14:57:00

[쿠키 문화]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든 인디 신에서 활동하든 성실한 뮤지션들은 진일보하기 마련이다. 음악 활동을 하는 하루하루 쌓여 가는 내공은 음악적으로나 외적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를 추구하게 만든다. 그 변화의 속도와 시점, 정도만 다를 뿐이다.
10개월 만에 정규 3집 앨범 ‘Bright Light’(타이틀곡 ‘널 위해서라고’)를 발표하며 다시 한 번 몽롱한 호흡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디어클라우드(용린, 나인, 이랑, 광석, 정아)도 진화했다. 그 진화의 폭이 꽤 크게 느껴져 주목된다. 지난 6월 24일 서울 상암동 쿠키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난 디어클라우드는 음악적으로 여전히 몽롱하되 기존의 우울함을 떨치고 한결 밝아진 기운을 풍겼다.

“지난해 8월 발매한 EP(싱글로 보기에는 길고 정규로 보기에는 짧은) 앨범의 의도는 사실 3집 예고편을 해 보자는 거였어요. 예전보다 밝은 이야기를 담아 보자고 했었고 그것이 3집으로 이었죠. 이번에 용린 씨의 주도 하에 처음으로 저희가 계획적으로 앨범을 만들어 봤죠.” (나인)

이들은 지난달 18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음반 발매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이들에게 낯익은 장면과 낯선 장면이 동시에 연출됐다. 디어클라우드뿐 아니라 팬들의 변화도 느껴진 대목이었다.

“팬들의 노래에 대한 반응은 이전과 비슷했어요. 아무래도 레퍼토리를 기존과 비슷하게 짰으니까요. 공연 중간부터 앞쪽 팬들이 울기 시작한 것도 비슷하고요. 다만 노래가 밝아진 탓인지 이번엔 야광 봉을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중간 중간 환호가 나오는 것도 달랐고요. 특히 타이틀곡 반응이 남달랐죠.” (용린, 나인)

이번 3집 앨범이 남다르게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2008년 MC몽, 메이비 등이 소속된 기획사에서 정규 2집을 발표한 뒤 독립회사 ‘클라우드 레코드’를 차려 내놓은 첫 정규 앨범이기 때문이다. 독립회사 이름 그대로 앨범 기획부터 발매, 표지 디자인, 보도자료 준비까지 모두 스스로 소화하려 노력했다.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셨죠. 이번에 욕심을 많이 부렸어요. 물론 자금 면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일부 사비를 내기도 했고요. 음악적 부분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지만, 저희가 원하는 쪽으로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또 만드는 과정이 노련해진 것 같아요, 많은 노하우가 생겼고요. 덕분에 가장 완성도 있는 앨범이 됐고 멤버들도 가장 마음에 들어 해요.”

음악적 완성도와 더불어 앨범에 수록된 사진집도 눈길을 끈다. 이 아날로그 사진집은 미국 폴라로이드사가 진행하던 뮤지션 CO-WORK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것으로 미국의 레이디 가가와 루이 암스트롱, 영국의 비틀스, 퀸, 라디오 헤드 등이 작업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폴라로이드에서 즉석사진 부분을 인수한 오스트리아 임파서블 (Impossible)사가 이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국내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디어클라우드가 참여했다.

과거 인터뷰 사진 촬영조차 버거워하던 이들이 자신들을 꾸미고 내세워 앨범 제작의 한 영역을 다채롭게 꾸미다니 놀라운 변화다. 사진을 보며 앨범에 수록된 음악을 듣다 보면 ‘비주얼 감성 록밴드’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오른다. 이런 표현에 대해 디어클라우드 멤버들은 손사래를 쳤지만, 이 역시 여유 있는 몸짓으로 다가왔다.

“과거 보드카레인이 하려고 했었는데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 프로젝트가 밀렸고, 다른 아티스트를 섭외하다가 저희 음악을 듣고 좋다고 해서 참여하게 된 거예요. 사진집이 일반 아이돌 그룹의 느낌이었다면 저희랑 안 어울렸을 텐데, 우리가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느낌이라 괜찮은 것 같아요.”

디어클라우드를 포함해 올 들어 부쩍 인디밴드들은 마니아층의 전유물을 넘어 주류의 한 축을 이루는 세력 확장을 보이고 있다. 룬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디어클라우드가 올해 처음으로 참가하는 지산록페스티벌이나 홍대 인근의 인디밴드 공연장에 가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만날 똑같은 것만 들으면 재미없잖아요. 아이돌 좋아하는 게 몇 년 됐으니 질릴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 자체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죠. 몇 년 전에 한 교수님이 현재는 음악으로 돈 벌기 쉽지 않지만 이럴 때 거품이 빠지고 나면 좋은 음악 하는 사람들만 남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우리도 좋은 음악 계속 하면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음악을 해 왔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나인)

“예전 가요계 대선배님들은 싱어 송 라이터였잖아요. 한때 우리나라 가요계는 감수성 강하고 시적이며 추상적 면이 많았고, 그게 대중의 정서와 맞았고요. 시대가 변하면서 비주얼이 강한 사람들이 강세인 시기로 변했었는데 이제는 다시 대중의 감성과 맞는 싱어 송 라이터인 인디밴드들이 사랑받는 것 같아요.” (정아)

음악적으로, 비주얼 면으로 달라진 이들에게 그래도 고마운 것은 진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변화 속에서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다. 궤변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다양한 변화가 진행됐지만, 언제나 그랬듯 같은 공간 안에서도 이질적 외로움을 주는 그 모습 그대로다. 과거 디어클라우드에 대해 이런 느낌의 글을 썼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에게는 유효한 설명이다.

“디어클라우드의 팬들과 이들을 아는 사람들은 일련의 홍대 밴드와 사뭇 다른 느낌을 공연장에서 우선적으로 느낄 것이다. 홍대 밴드는 뭔가 방방 뜨든지 아니면 느린 곡에서도 몸을 충분히 흔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디어클라우드는 조용하다. ‘초짜’ 디어클라우드 팬들이 심심함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초반의 심심함을 지나 눈을 감고 노래를 듣노라면, 눈을 감고서도 보이는 영롱한 하나의 보석 빛을 보게 된다. 곡이 끝나기 전에는 눈을 뜨기 힘들다. 그 빛을 놓치기 싫기 때문이다. 감은 눈 속에서 우울함을 느낀다. 타인과 함께 존재해야 흥이 나는 여타 홍대 음악과 달리,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디어클라우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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