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총기난사와 구타, 가혹행위 등 해병대 사태의 원인을 '젊은이들의 부적응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해병대의 전근대적인 병영 문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무수한 뒷말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체벌 자체보다도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 군에 들어가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국방개혁과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집중적인 연구를 주문하면서 "적당히 하고 넘어가면 되풀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변화가 오도록 하는 게 좋겠다. 원인 조사를 해서 책임을 확실히 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병영문화 개선’이 취지라고 하지만 총기사고, 사병 자살처럼 연이어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기수열외’ 등 비뚤어진 부대내 관행들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군통수권자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후임자에 대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체벌'로 규정했다는 점과 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신세대의 군대 부적응' 으로 진단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위터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트위터리언들의 견해가 이날 오후 2시 현재 리트윗 횟수(followkr.com 기준) 상위권에 다수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화제가 되고 있음이 반영된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Sang***_****은 “그게 왜 ‘폭력’이 아닌 ‘체벌’이며 왜 때린 사람이 아니라 맞은 사람을 탓하느냐, 속이 터진다”고 말했고, @joys*****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자유롭게 큰 아이들의 부적응’ 이런 말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체벌 보다는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신적으로 부적응한다거나 정신적 해이가 원인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육체적 고통이 문제 아니라 육체적 고통이 일어나게 된 상황, 그로 인한 정신적 상처나 모욕감 당혹감 등을 못참는 경우가 많다. 그런 병영 문화를 고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