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안내견에 “더러워”…50대女 지하철 소란에 시민들 ‘황당’

시각장애 안내견에 “더러워”…50대女 지하철 소란에 시민들 ‘황당’

기사승인 2011-07-14 17:13:00

[쿠키 사회] 지하철 4호선에서 시각장애인이 데리고 탄 안내견을 보고 한 여성이 “더럽다”며 소동을 피운 사실이 전해져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장애인 배려 의식이 여전히 부족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14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2~3시쯤 경기도 안산선 중앙역 부근을 지나던 당고개 행 전동차 안에서 40~50대 여성으로부터 비상용 SOS 긴급전화가 걸려왔다.

화재나 이에 준하는 큰 사고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현장에 도착한 역무원은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비상용 긴급전화를 건 이유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지하철에 탔다는 사실을 따지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역무원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탑승은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설명했지만 그 여성은 내릴때까지 계속 소란을 피웠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화를 받고 출동했던 역무원도 어이없는 소동에 많이 당황했다”며 “역무원에 따르면 안내견은 타자마자 임산부·노약자·장애인석으로 방향을 틀어 주인을 안내할 정도로 똑똑하고 얌전했다. 따라서 시각장애인 여성은 안심하고 그쪽으로 향했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던 여성이 ‘남자도 아니고 젊은 여자가 이런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느냐’며 따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사연은 현장에 있던 한 탑승객이 인터넷에 올려 알려졌다.

자신이 당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한 네티즌이 14일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바에 따르면 이 여성은 안내견을 데리고 탄 한 시각장애인 여성이 자리에 앉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따지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고 말을 해도 아랑곳없이 소란을 피웠으며 시각장애 여성에게 자기 자리에 있던 신문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에 옆에 있던 다른 탑승객이 주워서 건네주자 “더럽다, 치워라”는 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이 여성은 시각장애 여성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고, 결국 칸내에 설치된 SOS 긴급전화로 역무원을 부른 것이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사태가 진정된 후 그 시각장애 여성은 축 처진 모습으로 앉아있었다”며 “뭐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고 싶어서 ‘그 여자가 개념이 없던거다. 언니 잘못없고 그 여자가 장애인석에 앉아있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처져있지 말아라’라고 말해주고 난 내릴 역에서 내렸다”고 전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