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개 70마리의 울부짖음이…벽제 화장터 인근에 무슨 일이?

매일 개 70마리의 울부짖음이…벽제 화장터 인근에 무슨 일이?

기사승인 2011-07-15 14:25:00

[쿠키 사회] 수십마리의 개가 공터에 방치돼 죽어가고 있는 사실이 전해졌다.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협)는 이 상황을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빚어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애니멀 호더란 자신의 여건이나 사육능력에 대한 고려없이 다량의 동물을 키우면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관리를 소홀히 해 동물들에게 위험과 고통을 주는 사람을 뜻한다. 폭행 등과 형태만 다를뿐 결국 동물학대다.

15일 동사협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벽제 화장터 인근의 한 공터에는 개 70여마리가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지옥과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개들은 원래 한 할머니가 길러왔다. 하지만 지난 5월 13일 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아무런 조치도 없이 허물어져가는 고물더미 속에서 병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일부 개들은 목이 묶이고 철창 안에 갇혀 있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또 거의 실신 상태에서 온 몸에 벼룩이 기어다니고 있는 개들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동사협 박소연 대표는 “14일 제보를 받고 현장조사를 나가보니 말 그대로 개들의 ‘배설물 밭’”이라며 “수십마리의 개들이 먹지도 못한 채 피부병에 시달리며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경찰이나 시청에 도움을 요청해도 소용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 대표는 “할머니가 정신이 온전치 않은 분이라 들었고 친지들도 다 포기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태”라며 “일을 하는 아주머니가 한명 있었지만 할머니가 임금을 주지 않아 최근 그만뒀다. 현재로선 누군가가 데려가주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우리 협회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 70여마리가 들어올 보호소 공간도 없는 상태”라며 “일단 사료와 피부병 약, 벼룩 약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앞으로 열흘 정도 사료와 물을 공급해 줄 것을 부탁하고,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애니멀 호더는 비정상적인 수집, 집착 등과 관련있는 일종의 정신병”이라며 “아직 객관적 통계자료 등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 활동을 다니다보면 국내에서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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