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국내 수영대회 중 가장 큰 규모와 전통을 자랑하는 MBC배 전국수영대회 현장에서 한 장애인이 자리 문제로 대회참가 학생의 부모로부터 폭언을 들었던 사실이 전해져 주위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선진국 대열 진입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은 여전히 후진적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반신 장애인으로 휠체어에 의지한 생활을 하고 있는 오재헌씨(51)는 7일 대회에 출전한 딸을 응원하기 위해 2011 MBC배 전국수영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을 찾았다.
오씨에 따르면 수영장 앞에 도착한 오씨는 주차부터 힘들었다. 장애인용 주차공간을 온통 비장애인들의 차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씨는 20분을 헤매다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황당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영장 안에 들어서자 장애인 관람석이 있는 자리에 비장애인들이 돗자리를 깐채 차지하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학부모로 보였다. 이를 본 오씨는 다가가서 비켜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곧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다툼은 점점 과격해졌고 급기야 한 학부모는 오씨에게 “병X, 꼴값하네” “지금 장애인인거 유세 부리는거냐”며 비상식적이고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오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다투는 과정에서도 옆에 담당 공무원들이 보고 있었다”며 “학부모가 나에게 달려드는 것을 말리기만 할뿐 그런 욕설을 해도 말 한마디 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 사연을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렸고, 현재 인터넷에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은 “장애인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비웃고 윽박 지르다니”라며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수준은 지났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다”라며 관심을 보였다.
김천시청 스포츠산업과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게 맞다”면서 “다만 오씨의 말에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 오씨 역시 해당 학부모가 비켜주는 과정에서 다소 감정이 상할만한 말을 했다. 또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느니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학부모가 그런 폭언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장애인용 주차공간이나 관람석은 통제를 하고 있지만 어느정도 시민들 개개인의 의식에 맡겨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에서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권의식이 선진국 대열을 바라보는 국가답지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지하철에서 한 50대 여성이 시각장애인이 데리고 탄 안내견을 보고 “더럽다”며 난동을 피워 보는 이들을 어이없게 만든 사실이 전해진 적도 있다.
이같은 현상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법 시행 이전 월 평균 9건 꼴이던 장애차별 진정 건수가 2010년 139.8건이 접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이 시행된 이후 오히려 15.5배 늘었난 것이다. 이는 2008년 71.6건, 2009년 62.1건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시행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자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