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장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땅에 3대 전쟁을 선포한다”며 이 세 가지 문제에 맞서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한 총장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패지수 22위로 추락한 사실에 분개하고 또 사정기관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하고 불퇴전(不退轉)의 결의를 다지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영혼이 있는 검찰이라 할 것이며, 국가 사정의 중추라 부르겠나”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을 추종하며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다시 한번 공안 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분란 한 수사 체제를 구축해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종북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외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한 총장은 이어 검찰 내부의 적으로 ‘오만’과 ‘무책임’을 꼽은 뒤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강력한 감찰을 통해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앞서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62대 법무장관으로서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한 날 취임한 것은 1993년 3월 김두희 장관-박종철 총장 이후 처음이다.
권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공정한 법치’를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권 장관은 “구속, 양형기준 등 각종 업무처리 기준을 보다 명확히 만들고 철저히 지켜 공정성 논란이 없도록 하자”며 “특히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모두 있는 만큼 선거사범 처리과정에서 일체의 중립성 시비가 없도록 미리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국내 전산망을 순식간에 교란시킬 수 있는 치명적 사이버 공격도 시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어떤 시도에도 비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겠다”고 강조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안 역량 방침을 밝힘에 따라 향후 대대적인 공안 사정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권 장관과 한 총장은 이번 주말 회동해서 검찰 운영 방향, 검찰 간부 인사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두 사람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검찰 스스로 시대에 맞게 변화하도록 이끌어 달라. 신뢰받는 검찰이 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한 총장에게 “권력비리, 교육비리, 토착비리의 3대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내년 총선·대선과 관련해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보여야 한다”며 “두 분 모두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자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한 총장의 사법연수원 13기 동기 5명 중 마지막까지 남았던 황희철 법무부 차관은 이날 오후 4시 퇴임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