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4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자주 접촉한 유력 인사 11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박태규의 인맥’으로 실명이 거론된 이동관 청와대 홍보특보가 박 의원에게 인신공격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박태규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로비 게이트”라며 “당정청, 재계, 지방정부가 다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당 인사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이상득 의원, 고위 공무원으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청와대에서는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 이동관 언론특보, 김두우 전 홍보수석, 홍상표 전 홍보수석을 거론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와도 밀접한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박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로 교회 예배가 끝나면 이상득 의원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는 주장도 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도 “이분들이 비리와 관련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검찰이 밝혀야 할 몫”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 측은 “이 의원이 종종 대화를 나눈 소망교회 장로는 박태규씨가 아닌 박규태씨”라며 “이름을 혼동한 것 같다”고 밝혔다. 법사위 여당 의원들도 “만난 사실만 가지고 여러 인사를 범죄인 취급한다”며 반발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의혹이 제기된 ‘박태규 리스트’는 검찰에서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오후 질의 시작 직전 “이 특보가 국회를 무시하는 문자를 보내 왔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내보였다. 이 특보는 오후 1시18분과 19분에 잇따라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는 2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얼마나 국회를 경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흥분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어떤 형태로든 사과를 받고 상응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국감을 20여분 중단하고 여야 간사와 대책을 논의했다.
이 특보는 이후 “‘내가 박 의원에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느냐’는 취지로 보낸 것”이라며 “평소 형님, 동생 하는 사이인데 국감장 발언을 듣고 섭섭해서 문자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언론홍보 전문가가 주어를 빼먹고 보냈다는 건 치졸한 변명”이라며 “대통령은 ‘주어동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재차 공격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국철 SLS 회장의 폭로 건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김학재 의원은 “지난달 22일 이씨가 폭로 기자회견을 하자 서울중앙지검이 곧바로 소환한 뒤 ‘수사할 게 없다’고 했다가 ‘철저히 수사하라’는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태도를 바꾸는 등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이씨와 야당이 합작하고 일부 좌파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제2의 김대업’ 사건을 공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태원준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