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 연예인이 1위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배우보다 아이돌 가수를 희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영화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거나 아이돌을 소재로 삼는 영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만 봐도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퀵’ ‘기생령’ ‘미스터 아이돌’ 등 장르 불문하고 매우 다양하다.
먼저 지난 6월 개봉한 미스터리 공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감독 김곡‧ 김선, 제작 두엔터테인먼트)는 ‘여고괴담’ ‘고사’ 등의 공포영화가 10대들의 생활공간인 ‘학교’와 그에 얽힌 괴담을 소재로 했던 것과 달리, 아이돌을 소재로 무대 뒤에 감춰진 인기 걸 그룹의 속내를 공포와 접목시켰다.
주연배우 함은정, 메이다니, 최아라, 진세연은 극중 걸 그룹 ‘핑크돌즈’ 멤버로 분해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성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아이돌의 속내를 표현한다. 실제로도 걸 그룹 티아라로 활동 중인 배우 함은정은 백댄서 출신의 노장 리더로 분해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 이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함은정과 같은 걸 그룹 티아라의 효민도 지난 8월 개봉한 공포영화 ‘기생령’(감독 고석진, 제작 이스트스카이필름)을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기생령’에서 효민은 서니(한은정)의 여동생 유린으로 등장한다. 부모 없이 자란 탓에 언니에게 남다른 집착을 보인다. 그러다 언니의 관심이 홀로된 조카 빈(이형석)에게 집중되자 사사건건 트집을 잡다가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영화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가희(황지현)의 잘못된 모성애로 인해 벌어지는 잔혹한 이야기를 그린다.
티아라 멤버 중 지연(‘고사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은정(‘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에 이어 세 번째로 연기에 도전하게 된 효민은 ‘기생령’에서 특별한 연기력을 요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튀지 않고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발연기’ 논란 없이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아이돌 가수의 본격 성장기를 그린 영화도 곧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미스터 아이돌’(감독 라희찬, 제작 데이지엔터테인먼트)이다.
‘미스터 아이돌’은 음악밖에 모르는 네 남자 이유진(지현우), 지오(박재범), 현이(장서원), 리키(김랜디)가 미스터 칠드런이라는 그룹을 결성, 아이돌 세계에 뛰어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또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형 기획사 간의 치열한 경쟁 등을 담아 더욱 관심을 모은다.
실제 그룹 더너츠로 활동 중인 지현우, 2PM의 전 리더 박재범 등이 아이돌 가수로 분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퀵’(감독 조범구·제작 JK필름)도 바쁘게 생활하는 아이돌 가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극중 강예원이 분한 아롬은 걸 그룹 오케이걸스의 멤버로 생방송 시간에 늦어 퀵 배달원 기수(이민기)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헬멧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것을 알고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처럼 아이돌이 영화에 출연, 혹은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스타파워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 대부분의 경우 연기가 검증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팬층을 갖고 있기에 스타마케팅 차원에서 아이돌을 영화에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어느 정도 이상의 연기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저 아이돌이 출연하는 아주 유치한 영화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해당 아이돌의 팬들을 위한 영화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아이돌을 소재로 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연기돌이라 불릴 만큼 연기에 도전하는 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돌 관련 영화가 늘어나는 것 역시 이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가장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대중음악이다. 이를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키우는데 아이돌 가수의 탄생은 그런 로망을 충족시켜준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